터키 대통령권 강화로 EU 딜레마…“3000년 후에나 EU가입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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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유럽연합(EU)이 딜레마에 빠졌다. EU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대신 수용할 터키가 필요하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탄압하는 에르도안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20년 측근인 비날리 일디림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승인했다. 일디림 총리는 곧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적을 체포하고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여기에 헌법개정으로 권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U는 대(對)테러법 개정 카드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적과 언론을 탄압하는 도구가 대테러법이기 때문이다. EU는 3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터키가 대거 받아들이기로 합의하면서 7월부터 터키 국민에 대한 무비자 EU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터키가 당초 약속했던 조건 중 하나인 대테러법 개정을 거부하면서 EU도 무비자 출입 허용을 보류한 상태다.

유럽 정상들은 대테러법 개정을 거부하는 터키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 정치인 탄압 등)터키에서 최근 벌어지는 몇몇 상황들은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최근 하원 연설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터키는 3000년에야 EU에 가입할 수 있다”며 EU 가입을 추진 중인 터키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 조건 없이 비자 면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난민송환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EU는 터키를 회원국 후보에서 배제하고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해)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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