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가노르 주민들이 기다리는 ‘무지개의 나라’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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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150km 떨어진 바가노르 시. 흙먼지 섞인 초원의 바람을 막아줄 변변한 숲 하나 없는 이곳 주민들은 해마다 ‘푸른 선물’을 남겨두고 가는 ‘솔롱고스’ 손님들을 기다린다. 솔롱고스는 무지개의 나라, 한국을 뜻하는 몽골어다.

대한항공 신입사원 180명 등 임직원 200여 명은 10일과 11일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바가노르의 황무지에서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바가노르는 인근 탄광의 분진이 초지를 통과해 그대로 마을에 닿기 때문에 방사림(防沙林)이 절실했다. 2004년부터 13년째 이곳에서 나무심기 사업을 해온 대한항공은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의 하나로 몽골과 중국의 사막에 숲을 선물하고 있다.

갑작스런 비바람에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악천후 속에서도 대한항공 직원들과 몽골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묘목 심기에 열중했다. 들판에 파인 수만 개의 구덩이에는 갓 심은 1~2m 높이의 가녀린 묘목들이 비바람을 버티며 오롯이 섰다. 자기 키만 한 포플러 묘목 사이로 물을 기르며 바쁘게 움직이던 헝거르 졸 양(16)은 “나무를 심으며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3년째 식림행사에 참여했다는 바야사 군(16)은 “한국에서 온 형, 누나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나무를 심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포플러, 비술나무 등 1만여 그루를 심은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44만 ㎡ 땅에 1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일회성 식목행사에 그치지 않고 2013년부터는 현지 식림 전문가를 채용해 생장 관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바가노르 주민들의 수익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비타민 원료로 쓰이는 차차르간 나무를 심기도 했다.

타빙베흐 바가노르 시장(45)은 “몽골은 강수량이 적어 나무 키우기가 아이 키우기처럼 어렵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13년째 포기하지 않고 나무를 심어줘 양국 우호는 물론, 한국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종수 대한항공 울란바토르 지점장은 “나무 심기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환경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몽골 국민들에게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2006년 녹지조성 우수도시에 선정된 바가노르는 전 국토에서 삼림이 10%뿐인 몽골에 성공적인 녹화 모델이 되고 있다.

바가노르(몽골)=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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