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메시-청룽 등 세계 유명인사 검은돈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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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로펌 문서’ 1150만건 공개 파문… 한국인 이름도 196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등 각국의 전·현직 정상과 유명인이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 자료가 공개됐다.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로 불리는 이 자료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와 주소지를 한국으로 쓴 한국 이름도 195개가 나온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조세 회피 전문 로펌으로 알려진 파나마 최대 법률회사 모사크 폰세카의 내부 자료 1150만 건(1977∼2015년)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4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름이 공개된 세계 전·현직 정상은 모두 12명으로 이 중 5명이 현직이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 미국 재무부가 그의 자금줄로 지목했던 로시야은행이 주도하고 푸틴 딸의 대부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 등이 참여해 페이퍼컴퍼니 간에 거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이렇게 조성한 자금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이며 로시야은행은 2011년 2월 하루 만에 3개국 2개 은행 4개 회사를 거치면서 거액을 세탁해 푸틴의 측근 회사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도 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2개를 설립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 이언 캐머런(2010년 사망)은 탈세를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를 파나마에 등록했다. 이 회사는 30년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현직 정상으로는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의 세금 회피 내용이 자세히 공개됐다. 2009년 부인과 함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가 몇 개월 뒤 자신의 지분을 아내에게 1달러에 팔았다. 이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채권을 수백만 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었다.

유명 스포츠인과 영화배우 이름도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는 2013년 6월 스페인에서 조세 회피처를 통한 세금 회피 의혹을 받자 모사크 폰세카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파나마에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도 문건에 포함돼 있다. 홍콩 출신 영화배우 청룽(成龍)은 모사크 폰세카를 통해 6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2010년 11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기밀문서의 1566배에 이르며 등장하는 페이퍼컴퍼니만 21만4488개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약 1년 전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이 문건을 입수해 ICIJ와 함께 분석했다. 영국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일본 아사히신문 등 세계적인 언론사 100여 개와 한국의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도 분석에 참여했다. 문건의 자세한 내용은 5월 추가 공개한다.

모사크 폰세카 공동 창립자인 라몬 폰세카는 파나마 현지 방송에서 “파나마 페이퍼스는 불법적인 해킹으로 유출됐다”고 말해 진짜 내부 문서였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로펌은 “(1977년 설립 이후) 40년 가까이 법을 준수해 왔다. 고객들이 법을 지키지 못했다고 우리를 질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각국 세무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제니 그레인저 영국 국세청장은 “탈세자를 위한 안전한 피난처는 없다”며 수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호주 국세청도 이날 모사크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에 이름을 올린 부유층 800명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나마 페이퍼스’ 정보를 토대로 탈세 여부를 수사해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언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은 이번 폭로가 9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서방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IJ를 겨냥해 “이런 허위 정보의 주요 표적은 푸틴 대통령이다. 총선, 대선과 관련이 있다. 외국의 ‘푸틴 공포증’의 수준이 이 지경에 달했다”고 성토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파나마 페이퍼’에 등장하는 유명인사들

◇전·현직 정상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전 카타르 국왕

◇주요 정치인과 친인척들

덩자구이(鄧家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리샤오린(李小琳) (리펑 전 중국 총리의 딸)
세르게이 롤두긴 등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
이언 캐머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와 축구선수들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 회장
제롬 발케 전 국제축구연맹 사무총장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전 국제축구연맹 부회장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한국 관련 인사

노재헌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유명인사#검은돈#파나마로펌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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