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反제국주의 광장 메운 50만명, 美 댄스뮤직에 깨어난 ‘젊음의 본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6일밤 美그룹 공연에 열광

미국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그룹 ‘메이저 레이저’(앞줄 무대 위)의 공연을 보기 위해 6일 쿠바 아바나 시내 호세 마르티 반제국주의 광장에 50만 인파가 집결했다. 사진 출처 EDM시카고닷컴
미국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그룹 ‘메이저 레이저’(앞줄 무대 위)의 공연을 보기 위해 6일 쿠바 아바나 시내 호세 마르티 반제국주의 광장에 50만 인파가 집결했다. 사진 출처 EDM시카고닷컴
쿠바 수도 아바나의 일요일 밤은 흥분과 함성의 도가니였다. 미국에서 건너온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그룹 ‘메이저 레이저’의 공연은 오랫동안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숨죽이고 살아왔던 쿠바 젊은이들의 음악 본능을 흔들어 깨웠다.

공연이 열린 6일 오후 호세 마르티 반제국주의 광장 앞엔 무려 5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아바나 인구가 220만 명인 걸 감안하면 시내에 사는 10대와 20대는 모두 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는 여러분이 오늘과 같은 파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룹 리더인 디플로(38)가 외치자 관중은 우렁찬 함성으로 화답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쿠바 독립의 아버지 호세 마르티의 이름을 딴 반제국주의 광장은 미국 음악에 맞춰 소리를 지르며 껑충껑충 뛰는 젊은 열기로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앉아 “디플로”를 외치는 아가씨들의 모습은 미국의 여느 콘서트장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가 즉석 발언을 할 때마다 긴장된 표정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보안 요원들의 모습만이 이곳이 쿠바라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공연 시작 전 “쿠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고 했던 디플로와 그가 이끄는 밴드는 ‘뉴욕’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얼굴엔 빨간 글씨로 ‘디플로’라고 쓴 쿠바 젊은이들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정열적인 공연을 펼쳤다.

공연 무대는 과거 쿠바와 미국이 벌인 치열한 신경전의 산물인 ‘깃발의 벽’ 바로 아래 설치됐다. 미국이 광장과 붙어 있는 자국 이익대표부 5층에 2006년 1월 전자광고판을 설치해 정치 선전에 나서자 쿠바는 다음 달 건물 앞에 높은 깃대 138개를 세우고 검은 깃발을 달아 광고판이 보이지 않게 했다. 2014년 양국의 관계 정상화 발표로 당시 이익대표부는 현재 미국대사관으로 바뀌었다.

무대 정면에는 ‘조국이냐 죽음이냐.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쿠바의 대표적 혁명 구호가 여전히 크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음악과 스포츠를 앞세워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달 21일과 2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론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다. 메이저리그 구단 탬파베이 레이스가 동행해 22일 아바나에서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갖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쿠바#메이저 레이저#댄스뮤직#호세 마르티 반제국주의 광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