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샌더스發 정치혁명, 근본적 한계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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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슈퍼화요일]
12개지역중 4곳서 ‘빛바랜 승리’
흑인의 ‘힐러리 몰표’ 극복 못하고… 진보아성 매사추세츠마저 내줘
‘미니 슈퍼’서도 힐러리에 뒤져… 반전의 기회 잡기 쉽지 않을듯

“이 선거 캠페인은 단지 미국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6월까지 우리의 정치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은 1일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를 받아 들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령 사모아를 포함해 12개 지역 가운데 8곳을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에게 내주고 정치적 고향인 버몬트와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미네소타 등 4곳의 승리를 챙겼다. ‘8 대 4’의 승패 성적표로만 보면 크게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슈퍼 화요일의 결과는 ‘샌더스 정치 혁명’의 근본적 한계를 확인시켜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진보 정당인 민주당에서 (소수인종의 대표 격인) 흑인 층의 지지 없이는 어떤 정치 혁명도 힘을 얻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2월 27일)에서 샌더스에게 대패를 안긴 ‘흑인의 힐러리 몰표’ 현상이 이날도 흑인이 많은 남부 지역에서 반복됐다. 샌더스는 흑인 유권자가 절반이 넘는 앨라배마에서 클린턴에게 58.6%포인트 뒤졌고, 조지아에서도 42.9%포인트 차로 패했다. NYT는 “민주당 유권자 중 흑인은 4분의 1이고 이들의 클린턴 대(對) 샌더스 지지는 8 대 2다. 샌더스가 이런 일방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백인 히스패닉 등 나머지(4분의 3) 유권자 층에서 20%포인트 이상 앞서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날 샌더스는 지역구인 버몬트에서만 72.6%포인트 차의 대승을 거뒀을 뿐이다. 특히 버몬트 주 인접 주이자 ‘미국 진보의 본거지’로 꼽히는 매사추세츠를 클린턴에게 내준 것은 ‘슈퍼 화요일의 패배’ 중 가장 충격적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매사추세츠는 진보 성향인 데다 백인 비중이 높아서 샌더스가 반드시 크게 이겨야 하는 전략 주로 꼽혔다.

샌더스의 정치 혁명 열풍은 일부 지역에선 강력한 토네이도를 일으켰지만 표의 전국적 확장성에는 한계를 보였다. 앞으로도 샌더스 열풍이 미 전역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USA투데이는 “샌더스는 그동안 정치 참여에 소극적이던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과 젊은 세대의 열광적 지지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이들의 실제 경선 참여 비율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전했다. 클린턴 캠프가 샌더스를 ‘단일 이슈(경제적 불평등)만 다룰 수 있는 후보’라고 집중 공격한 것도 샌더스에겐 실질적 타격을 준 것 같다고 NYT는 분석했다.

CNN은 “샌더스는 대학 학자금 빚, 최저임금 인상, 전 국민 대상 건강보험 등의 공약으로 20, 30대 젊은이들의 8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슈에 대해 클린턴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8일 경선이 열리는 미시간과 미시시피,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의 플로리다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도 클린턴이 크게 앞서고 있어 샌더스가 반전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힐러리#샌더스#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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