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만들어 주셔서 감사” 큰절 올린 모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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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화장실 부족 고질적 사회문제… 염소 팔아 집에 설치한 할머니 찾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21일 염소를 팔아 집에 화장실을 만든 104세의 쿤바르 바이 할머니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21일 염소를 팔아 집에 화장실을 만든 104세의 쿤바르 바이 할머니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수많은 관중 앞에서 104세 할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했다. 이 할머니가 염소 8∼10마리를 팔아 집에 화장실 두 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이 장면을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21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도는 13억 인구의 46%가량인 6억 명이 길거리나 공중화장실에서 급한 일을 본다. 집에 화장실을 만들 돈이 없는 극빈자가 많아서다. 특히 시골에선 열 가구 중 일곱 가구가 화장실이 없다.

이런 상황은 위생을 넘어 사회 문제로 번졌다. 2014년 5월 북부 카트라 마을에서 밤에 용변을 보러 외출한 사촌자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동부 둠카 마을에 사는 17세 소녀가 들판에서 용변을 보는 게 수치스럽다며 자살했다.

상황이 이러자 인도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2014년 10월부터 2019년까지 총 1억1000만 개의 화장실을 만드는 ‘클린 인도’를 역점 사업으로 밀고 있다. 이런 차에 중부 담타리 마을에 사는 쿤바르 바이 할머니가 아끼던 염소를 팔아 화장실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총리가 만나자고 한 것이다. 난생처음 집에 화장실을 들여놓은 할머니는 크게 만족했고, 마을 사람들에게 화장실 만들기를 권유하는 ‘전도사’가 됐다. 할머니의 마을 주민들은 이제 모두 화장실을 갖게 됐다고 현지 언론 지(zee)뉴스가 전했다.

모디 총리는 “할머니는 TV나 신문도 보지 않지만 정부 정책을 전해 듣고는 화장실을 만들었다”며 “변화하는 인도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엎드려 할머니의 발을 만지며 축복을 빌었다. 총리는 자신의 집 화장실을 이웃에게 무료로 개방한 중부 추리아 마을 거주민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화장실 개방은 (볼일을 보러) 들판이나 숲으로 가야 했던 우리 엄마나 자매들을 존중해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해 800만 개의 화장실을 새로 만들었지만 상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쌓인 용변은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 계층인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untouchable)들이 처리하는데 화장실이 갑자기 늘어나 용변을 제때 처리하기가 어렵다. 또 힌두교인이 다수인 인도는 하루 네 번 기도하기 전에 손을 씻는 무슬림보다 위생에 관심이 적다고 일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이 전했다. 인도 정부도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위생 관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람들이 화장실을 애용하도록 할 수 있는 처벌이나 당근책을 고심 중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인도#화장실#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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