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 민간인 거주지 무차별 공습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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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전범수준” 강력 비난… 서방 “IS 대신 반군에 공격 집중”
러 “거짓말… 국제법 엄격히 준수”

러시아 전폭기가 발사한 3기의 미사일 폭격으로 11월 무고한 민간인 49명이 희생된 현장인 시리아 이들리브 아리하 지역의 재래시장. 주민들이 다니는 길에는 아직도 폭격 흔적이 남아 있다. 출처: 국제엠네스티
러시아 전폭기가 발사한 3기의 미사일 폭격으로 11월 무고한 민간인 49명이 희생된 현장인 시리아 이들리브 아리하 지역의 재래시장. 주민들이 다니는 길에는 아직도 폭격 흔적이 남아 있다. 출처: 국제엠네스티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단체가 러시아의 무차별 시리아 공습을 ‘전범(戰犯) 수준’으로 규정하며 “민간인 살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민간인을 직접 공격해(directly attacked) 최소 200명이 사망했다”고 폭로했다. 28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의료시설은 물론이고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전쟁범죄 수준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9월부터 두 달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홈스, 하마, 이들리브, 라타키아, 알레포 지역의 폭격 25건에 대한 영상 분석 및 현지 관계자와 피해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 무차별적인 민간 지역 폭격

최악의 공습은 11월 29일 오전 이들리브의 재래시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러시아 전폭기가 발사한 세 발의 미사일로 무고한 시민 49명이 희생됐다. 보고서는 당시 목격자 인터뷰를 인용해 “산산조각 난 아이들의 신체 일부를 봉지에 주워 담는 어머니의 울부짖음과 부상자의 신음이 현장에 가득한 생지옥이었다”며 “당시 인근에는 폭격 대상이 될 만한 군사시설이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 집속탄(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폭탄)을 민간인이 모여 있는 지역에 20회 이상 떨어뜨렸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무고한 희생자를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집속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습이 금지된 의료시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도 있었다. 이들리브 지역의 세르민필드 병원도 10월 20일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으로 43명의 사상자를 냈다. 당시 병원에 있던 한 의사는 국제앰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낮 12시 45분 첫 번째 미사일이 병원 본관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투하됐고 10여 분 후 두 번째 미사일이 같은 곳에 떨어졌다”며 당시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앞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도 14일 보고서를 통해 “9월 말 러시아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20개의 의료시설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의 필립 루터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러시아는 군 시설과 민간인 시설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해 민간인들에게 훨씬 더 많은 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 거듭되는 러시아의 ‘부인’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러시아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조직원 등 테러리스트를 겨냥해 공격했을 뿐 민간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집속탄을 사용했느냐’는 국제앰네스티 측의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는 국제법과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공습이 IS 세력이 약한 시리아 중·북부에 집중돼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가 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시리아 공습에 나섰지만 실제 공습 대상은 IS보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러시아#시리아#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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