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누가 당선되든 ‘대북 전략적 인내’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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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1년 앞으로]<하>달라질 對北정책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북핵 문제에서 더이상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이 ‘차기 정권에서 북핵 이슈가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견해차는 있지만, 제재와 대화를 반복하다가 북한의 핵개발 능력만 높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지난달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략적 인내는 (더이상) 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북한은 미국에 위협” 한목소리

미 대선 레이스는 아직 초반이라 주요 주자들의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세 중 발언만 봐도 누가 당선되든 지금과는 다른 대북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오바마 정부 내에서도 비교적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된다. 그는 이달 6일 뉴욕 연설에서 북한을 적시하며 “러시아 이란과 함께 ‘전통적 위협’”이라고 했다.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에선 “북한은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빈약한 자원을 핵무기 개발과 이웃과의 대결에 소진하는 정권”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의 견해가 이러한데 오바마의 대북 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공화당 주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가 대북 정책이라며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향해 “미치광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9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뭔가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장 큰 외교 안보 위협은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 국가(rogue states)’”라고 못 박았다.

○ 중국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

중국에 대해서는 공화당 민주당 주자 모두 거친 언어를 불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내 소유의 빌딩에 입주한 중국계 은행이 나를 존경하듯, (내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도 내 말을 듣게 될 것” “미국 경제 때문에 중국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데 중국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면 망할 것”이라는 막말 수준의 반중(反中) 발언을 했다. 루비오도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국빈이 아니라 실무 방문으로 격을 낮춰야 한다”며 자칫 외교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클린턴도 최근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의 모든 것을 해킹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도 “중국군은 매우 신속하게 우리와 동맹을 맺은 필리핀을 위협하는 군사시설을 (남중국해 인근에) 세우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정부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실무 집행을 맡았던 당사자였기 때문에 중국은 현재 클린턴의 움직임을 대단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선 주자들의 중국관은 한 꺼풀 벗겨 보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지층 결집과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겨냥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셰일 호로위츠 밀워키 위스콘신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이러다 언젠가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지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게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를 겨냥한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거칠어지겠지만 결국 미중 간은 협력하며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작성한 e메일에서 중국에 대해 “물주(物主)한테 심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중국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 경제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호텔 사업의 중국 시장 개척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대선#대북#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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