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조원 내는데 무임승차라니”… 막말 트럼프에 ‘돌직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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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하버드생 ‘송곳 질문’ 화제
당황한 트럼프 “한국에서 왔나?”… “그건 푼돈” 궤변 쏟아내고 질문막아
하버드大 재학중인 조지프 최, 4월 아베 연설때도 사과 요구



12일 미국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의 한 정치 행사장. 초당파적 정치 단체인 ‘노 라벨스’가 주최한 ‘미국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에 초청받은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늘 그랬던 것처럼 불법 이민 문제와 연방정부 재정 적자 문제 등 선거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단골 메뉴인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도 또다시 거론됐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뒤이은 질의응답 시간. 아시아아계 청년 한 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하버드대 로고가 선명한 진홍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그는 공격적인 어조로 트럼프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당신이 주장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트럼프는 갑자기 “당신, 한국에서 왔나?”라고 했다. 그러자 학생은 곧바로 “나는 텍사스 주에서 태어났고 콜로라도 주에서 성장했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학생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어디 출신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실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매년 8억6100만 달러(약 9800억 원)를 방위비로 미국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가 그의 말을 끊으며 “한국이 내는 돈은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에 비하면 푼돈(peanut)에 불과하다. 푼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특유의 장광설을 쏟아냈다.

“한국은 부자 나라(wealthy country)다. 내가 최근에 추진하는 사업 프로젝트 때문에 TV 4000개를 주문했는데 입찰자는 삼성과 LG뿐이었다. 이는 모두 한국 기업이다.”

학생이 “그래도 그건”이라며 말을 꺼내려 하자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내 말을 들어 봐라. 미국은 독일도 방어하고 일본도 방어하는데 우리는 이들 국가로부터 정작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는 2만8000여 명의 주한미군을 두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주기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학생이 추가 질문을 하려고 하자 “그들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내가 말하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서둘러 질의응답을 마쳤다.

트럼프 면전에서 돌직구를 던진 이 학생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조지프 최(한국명 최민우)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는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 하버드대에서 연설 후 가진 일문일답 때도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일본군과 정부가 위안부 동원에 관여했다는 강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아베 총리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아베 총리는 “고통과 아픔을 겪은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며 비켜 갔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었다.

트럼프와 청년이 주고받은 질의응답은 미국 언론에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행사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공방 동영상을 보고 트럼프의 고압적인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행사를 지켜봤던 조애나 로스코프 씨는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최 씨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고 꼬집었다.

최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트럼프가 첫 문장부터 내 말을 잘라 버렸다”며 동영상을 함께 올렸다. 누리꾼들은 최 씨에 대해선 “한국인으로서 당신이 자랑스럽다. 정말 멋지다. 사실을 분명히 해 줘 고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 씨는 4월 아베의 하버드대 강연 때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와 따로 만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강연을 들으면서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교포 2세인데 어떻게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아픈 역사”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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