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에서 친구로… 中견제 손잡은 美-베트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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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 서기장 수교 20주년 맞아 방미
오바마, 백악관 집무실 초청 환대

“두 나라의 역사는 서로 다르지만 지난 20년 동안 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진전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년 전에는 이런 만남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에서 친구로 변했다는 것이다.”(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한때 베트남전쟁에서 맞서 싸웠던 미국과 베트남의 최고지도자가 7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수교 20년을 기념해 미국을 찾은 쫑 서기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베트남 공식 방문을 요청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최고 실권자이지만 공식적 국가수반은 주석이어서 백악관 집무실 회동은 파격적 의전으로 평가된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 적국이었던 두 나라가 손을 잡은 것이다.

베트남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확장에 반대하고 있는 분쟁국이어서 미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남중국해 사태를 논의하고 견해를 공유했으며, 국제법에 맞지 않는 최근 행위들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에 인공섬을 조성 중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앞으로 양국 성장의 엄청난 잠재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트남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중 최대 치적 사업으로 기록될 TPP 창립 회원국 12개국 중 하나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존 매케인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공화·애리조나)은 환영 성명을 내고 “의회는 4억2500만 달러(약 4802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베트남을 포함한 남아시아 국가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 인권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베트남이 정치범 등에 대해 인권탄압을 하고 있다며 지원의 대가로 인권 개선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베트남의 인권과 종교 및 표현의 자유 문제를 거론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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