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첫 ‘살인 희생자’ 추정 두개골 스페인서 발굴

  • 동아일보

43만년前 폭행당해 숨진듯… “폭력, 인류 역사만큼 오래된 행동”

스페인 북부 산악지대에서 인류의 첫 살인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사진)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폭력이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28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스페인 북부 아타푸에르카 산악지대에서 발견된 43만 년 전 유골의 주인공이 폭행을 당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아타푸에르카 산악지대의 ‘뼈 구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최소 28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진화와 인간행동 센터’는 이곳에서 발견한 52개의 뼛조각을 거의 완벽한 두개골로 맞췄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왼쪽 눈 위에 구멍이 뚫린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DNA) 분석 결과 ‘뼈 구덩이’의 유골은 현생인류에 앞서 지구에 나타난 네안데르탈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고대인이 자신의 무리 가운데 죽은 이들을 의도적으로 이곳에 놓아둔 것 같다. 사회적 관습이거나 어쩌면 인류 화석 기록상 최초의 장례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한 유골에 있는 구멍 2개는 같은 물체의 서로 다른 충격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해 상처가 생겼고 구타는 살인 의도를 가진 강력한 것으로 여겨졌다. 희생자는 산악지대에서 머리를 맞은 뒤 13m 높이의 수직 통로에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인류학자인 데브라 마틴 미 네바다대 교수는 “연구진의 법의학적 증거 등을 보면 폭력이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문화만큼 인류와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진화와 인간행동 센터’는 이번 연구 결과를 미국 과학잡지 ‘PLOS One’에 발표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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