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체제 女언론인 ‘가오위’, 기밀문건 유출로 징역형 처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9일 17시 40분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여성 언론인으로 꼽히는 가오위(高瑜·71·사진) 기자가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정치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2013년 7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밍징(明鏡)에 ‘국가기밀문서’를 누출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체포됐다. 당시 가오 씨는 “산과 강을 옮길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천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에 대한 이번 실형 판결은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인권과 언론 통제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베이징제3중급법원은 17일 그에게 7년형을 선고했다. 그가 공개한 기밀문서란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9호 문건(그해 9번째로 내려 보낸 문서라는 뜻)’으로 서구식 민주주의,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인권 및 언론의 자유 등 7가지가 체제 전복을 노리는 위험요소이니 당 간부들이 이에 맞서 대응하라는 내용이다.

실형 판결 직후 홍콩에서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미국 국무부는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미국 외교관들은 법원 밖에서 가오위 기자가 재판을 받고 있던 법정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밍징은 전했다. 앰네스티 국경없는기자회 등도 “명백한 정치적 처벌이며 표현의 자유를 애매하고 자의적인 국가 법집행으로 억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가오 씨는 200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을 맞아 펴낸 책 ‘나의 6월4일’에서 중국 당국을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었다.

‘학살 후 중국 공산당 정권은 국민들에게 영혼을 버리고 돌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얇고 약한 계란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영혼들이 있다. 나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벽에 부딪히면 깨지고 말지만 그런 계란들 속에 숨어있는 영혼이다.’

그는 톈안먼 사태 하루 전 체포돼 1년간 징역형을 살았고, 1993년에도 체포돼 ‘국가기밀누설죄’로 형기 6년을 채웠다. 1980년 처음 반관영 중국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 사회 문예 학계 등에서 비중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정치와 체제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됐다. 1993~99년 수감 중 UNESCO와 국경없는기자회 등으로부터 4차례 ‘언론 자유상’을 받으면서 중국 내 언론 자유의 아이콘이 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