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무상’ 상징이 된 카다피 궁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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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붕괴 뒤 폐허… 가축시장으로
한쪽 구석은 악취나는 쓰레기 가득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42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곳인 리비아의 옛 국가원수 궁전이 쓰레기장과 동물 등을 파는 야외 시장으로 변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6일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동부 벵가지의 옛 궁전 모습을 이같이 보도했다. 카다피는 2011년 10월 20일 시민혁명으로 죽음을 맞기 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카다피가 사라진 지 불과 3년 반 만에 ‘권력의 상징’이 ‘권력의 허망함을 보여 주는 곳’으로 바뀌었다.

벵가지의 옛 궁전 터는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카다피 정권 붕괴 뒤 생활난에 쪼들리던 주민들은 이곳에 하나둘 모여 좌판을 깔고 의류와 식품, 동물 등을 팔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 어디에서도 카다피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무함마드 술레이만 씨(43)는 “카다피가 사라지고 좋은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내가 그의 궁전 폐허에서 장사를 하는 신세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시장의 다른 구석은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시민들이 트럭에 쓰레기를 싣고 와 버리면 이곳에서 소각한다. 한때 카다피가 거닐었을 거리는 악취 나는 쓰레기와 타다 남은 검은 재 때문에 걸어 다니기도 힘들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카다피 관저도 비슷한 처지다. 한때 카다피의 강력함을 상징하던 시내 중심부 밥 알 아지지야 요새는 지금 잡초만 무성한 폐허로 변했다. 이곳을 장악한 반군은 불도저를 동원해 내전으로 앙상한 골조만 남았던 요새를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카다피가 살던 관저도 파란색 바닥 타일만 흙 속에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공터가 됐다. 폐허 곳곳엔 내전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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