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4년째…여성 성매매 내몰리고 불법 아동노동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5일 17시 33분


#1년 전 터키로 피난 온 시리아 소년 아드만(11·가명)은 학교 대신 공장에 다닌다. 그는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하루 종일 그릇에 묻은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몸이 불편한 엄마 대신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아빠는 피란길에 숨졌고 큰 형은 포탄을 맞아 다리를 절뚝거린다. 아드만의 친구들도 대부분 폐지를 줍거나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

#의사를 꿈꾸던 시리아 소녀 라나(13·가명)는 최근 아버지의 강요로 결혼을 했다. 상대는 자신보다 15살 많은 요르단 남성. 난민 여성을 노린 성범죄를 걱정한 아버지가 딸을 걱정해 내린 결단이었다. 공부를 곧잘 하던 라나는 전쟁이 뒤바꿔놓은 현실이 아직도 거짓말 같다. 그는 “난민 여성들이 추행을 당해도 사람들은 모른 척 한다. 아무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는 내전 4년 동안 무려 22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국민의 절반(110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시리아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6세에서 56세로 20년이나 짧아졌다.

지난해에는 이슬람국가(IS)가 득세하면서 내전 발발 이후 치른 희생(7만6000여 명 사망)이 가장 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것.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사망자 절반은 민간인이며, 난민의 75%가 여성과 어린이이다. 남성들은 정부군이나 반군단체에 가담하거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에 남는 경우가 많다.

국내외 각지를 떠도는 시리아 여성과 아동의 삶은 비참하다. 극 빈곤 상황에서 이들은 구걸이나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다. 불법 아동노동도 흔한 풍경이 됐다. 난민으로 넘쳐나는 인접국 터키와 요르단인들은 시리아 난민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더 안전하고 일자리가 많은 유럽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남은 이들의 삶도 힘겹다. 지난달 척추에 포탄을 맞아 병원을 찾은 10대 소년에게 의사는 “척추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면 걸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내셔널지오그래픽 3월호). 필요한 의료장비가 없어서다. 인권의사회(PHR)에 따르면 내전 4년 동안 의료진 610명이 사망했으며 의료 시설 대분이 파괴됐다. 시리아에 남은 주민 중 약 500만 명은 구호의 손길이 닿기 힘든 정부군 또는 반군 포위지역에 있어 외부와 단절된 채 죽어가고 있다. 교육체계도 마비됐다. 중동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시리아의 학교 4분의 1이 파괴됐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국제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대립으로 시작된 구도가 반군 간 갈등, 종파 간 갈등 등으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종전은 요원하다. 알 아사드 정권은 혼란을 틈타 성장한 IS로 인해 어부지리의 득을 보고 있다. IS의 공격으로 반군 전력이 악화된 데다 미국이 IS에 관심을 쏟으면서 장기적인 정권 유지가 용이해진 것이다.

중동전문가인 한국외대 서정민 교수는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던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시리아 문제해결에 대한 대화가 단절됐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러시아는 맹방 시리아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상황 종료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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