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개 비판에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美 방문 감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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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일 역대 이스라엘 총리 중 가장 논쟁적인 미국 방문길에 결국 나섰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 초청으로 3일 워싱턴에서 의회 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 연설을 감행하면서 전통적 맹방인 미-이스라엘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연설에서 주장할 예정이다.

워싱턴엔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서 연설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이 행사가 아주 큰 정치적 쟁점이 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와 이란이 지난해 말 도출한 임시 합의의 결과로 이스라엘은 더 안전해졌다. 앞으로 이란과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안보 개선이 기준이 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이 이란과의 핵협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전 같으면 네타냐후 총리의 방문을 반겼을 미국 내 친 이스라엘 진영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1일 시작된 미국 내 최대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차총회 관계자들은 로비스트를 고용해 민주당 크리스 밴 올랜 하원의원 등 네타냐후 총리 연설 불참을 선언한 의원들에게 참석을 종용하고 있다. ‘공화당 유대연합’(RJC)은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 광고도 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대표적인 유대계 인사인 9선의 민주당 잰 샤코우스키 하원의원은 네타냐후 총리 연설 불참을 최종 선언해 미국 내 이스라엘 사회를 긴장케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AIPAC 연차총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단합을 강조하는 상징적 행사인데 올해는 반쪽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AIPAC 총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스라엘 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이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군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이스라엘 안보 사령관들’이라는 단체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가 미 의회 연설 덕분에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이스라엘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미 정부는 물론 이스라엘 일각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17일 조기 총선을 의식해 자국 내 보수 진영을 결집하려고 미 의회 연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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