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대피명령… 신속구조… 세월호와 달랐던 伊카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악천후속 화재에도 희생자 5명 그쳐

28일 이탈리아 선박 노르만아틀란티크호가 해상에서의 대형 화재로 최소 5명의 사망자를 냈다. 승객과 승무원 478명이 하루 동안 배 안에서 겪은 사고와 탈출 경험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는 이 카페리호는 길이 186m, 폭 26m, 최대 적재량 7800t을 자랑하는 대형 선박.

이날 새벽 220대의 차량이 실린 하단 갑판(건물의 지하에 해당)에서 갑자기 강한 불길이 치솟자 승객과 승무원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상갑판(건물의 옥상) 쪽으로 이동했다. 불길을 피해 구명선을 타기 위한 조치였다. 150여 명이 구명정을 타고 차가운 겨울 바다로 뛰어들려 했지만 시속 90km의 강풍과 높은 파도로 쉽지 않았다. 배 안은 전기가 끊겼고 뜨거운 불길과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배 밖도 얼음 바다뿐인 진퇴양난이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해군이 긴급 구조에 나섰다. 소방선 두 척이 불길을 잡는 동안 헬기가 15분에 한 번씩 승객 서너 명을 태워 옮겼다. 폭우와 우박이 쏟아져 16시간 만에 불길은 잡았지만 이번엔 저체온증이라는 공포가 엄습했다. 승객들은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며 구조를 기다렸다.

구조 활동은 밤사이에도 계속 진행됐다. 승객들은 ‘불과 얼음’에 시달리면서도 어린이와 임신부부터 탈출시키며 구조를 기다렸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선장을 포함한 5명을 제외한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을 피해 바다로 뛰어든 그리스 남자 1명과 배 안에서 발견된 4명 등 모두 5명이 숨졌다. 여성 1명과 이탈리아 군인 1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세월호 참사와 비교된다. 세월호 크기(145m, 6800t)도 노르만아틀란티크호와 비슷하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은 사고 선박의 탑승자보다 딱 두 명이 적다. 세월호에선 295명이 숨졌고 이번 사고에서 사망자로 확인된 승객은 5명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대피명령#신속구조#세월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