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올해 말로 공식 종전을 맞는 아프가니스탄전쟁이 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아프간전은 2001년 9·11테러 한 달 뒤 시작돼 이달 말까지 13년 넘게 계속됐다. 이전까지 미국의 최장기 전쟁은 11년을 끌었던 베트남전(1964∼1975년)이었다. 2003년 3월 시작한 이라크전은 2010년 공식 종전 선언까지 7년을 끌었다.
그럼 아프간전에 쏟아 부은 돈은 얼마나 될까? FT는 자체 집계와 독립적 연구원들을 인용해 1조 달러(약 1100조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FT는 미국 정부가 2001년 이후 아프간전 전비로 7650억 달러를 책정했다고 전했다. 그 상당 부분은 국방부가 사용했고 일부는 국무부에 돌아갔다. 이는 대부분 차입이어서 이자 비용으로만 이미 1250억 달러가 지출됐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이라크전에 투입된 돈이 1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한 연구 결과의 액수가 더 많다.
하지만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후유증을 앓는 군인들의 치료비가 1340억 달러에 이른다는 하버드대 경제학자 린다 빌메스의 연구 결과와 이들 참전군인이 60대가 돼 청구할 의료서비스 비용까지 감안하면 아프간전 전비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 병사의 3분의 1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 동시 참전했다. 특히 아프간전 전비의 80%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중 지출돼 시간이 지날수록 이라크전 전비를 넘어설 것이란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아프간 파병을 크게 늘렸다.
미 정부가 1000억 달러 이상의 아프간 재건비용 감사를 위해 임명한 존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미국이 아프간 재건에 지출한 돈이 제2차 세계대전 뒤 서유럽 재건을 위한 마셜플랜에 투입된 돈보다 더 많다고 밝혔다. 그는 그중 수십억 달러가 엉뚱한 데 쓰이거나 도중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막대한 아프간전 전비의 정확한 명세를 밝히지 않고 있다. FT는 이로 인해 미국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라크전 전비가 이미 1조7000억 달러나 들어간 마당에 아프간전이 초래한 엄청난 비용까지 더해 미국 내 여론은 물론이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이라크 재파병 등 군사적 개입을 꺼리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과 함께 아프간 군사작전을 이끌었다.
미 정부는 공식 종전 이후에도 1만 명의 병력을 2016년까지 주둔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철군하면 탈레반이 재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둔을 연장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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