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팔레스타인 땅에 아랍 국가와 유대인 국가 건설을 각기 지지한다는 상충하는 선언을 내놓아 민족 갈등의 불씨를 일으켰던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는 동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영국 하원은 13일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74표, 반대 12표의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 동의안은 “하원은 ‘두 개의 국가 해법’을 지지해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동등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의 동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당장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평화 노력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면 팔레스타인은 언제든 국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오랜 분쟁에 발단이 된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동의안 통과는 주목을 받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영국은 아랍 민족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후 아랍 민족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맥마흔 선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밸푸어 선언을 발표했다. 두 민족에게 같은 땅에 국가 건설을 돕겠다는 모순된 약속을 한 것이다.
영국 하원의 이번 결정은 가자지구 무력 공격과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정착촌 확대 등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내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는 3일 취임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로맹 나달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최근 가자 사태는 우리에게 해결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며 “프랑스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34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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