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통합정부 구성때까지… 美, 반군거점 족집게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오바마, 이라크 공습 장기화 시사
영사관 있는 아르빌 위협받자 단행… 공화당선 “더 체계적인 개입” 촉구
“이라크 무임승차… 이란만 돕는 일” 美내부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수니파 무장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결정했지만 지상군을 동원한 ‘속전속결’ 대신 장기전을 택했다.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등을 두루 대표하는 통합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분쟁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공습 종료 시한을 못 박지 않으면서 “이라크가 통합 정부를 구성해 반군의 위협을 물리칠 수 있을 때까지 이라크의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IS가 수도 바그다드와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을 함락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이와 동시에 시아파 정부를 이끄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에게 통합 정부 구성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5월 ‘제한적 개입주의’를 발표하며 전 세계 분쟁에 대한 선별적 개입을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반군에 대해 제한적 공습을 승인한 것은 무엇보다도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격 사건 당시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아프리카 정상회의 회담장을 빠져나오던 중 갑자기 차에 올라탄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수니파 반군이 미국 영사관이 있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들의 공격에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이 산악지대에 고립됐다는 내용이었다.

반군이 미국 영사관을 공격하고 외교관 등이 희생당하는 제2의 벵가지 사태를 우려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이틀 동안 참모들과 최소 4번의 회의를 열었으며 최초 보고 후 36시간 만에 공습을 단행했다.

공습이 시작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찬성의 목소리와 함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8일 “대통령의 공습 승인은 적절하지만 여전히 반군의 위협을 막아낼 전략이 없다는 점은 실망스럽다”며 더 체계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스티븐 사이먼 미국 워싱턴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번 공습이 이라크를 지키고 인도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좋은 의도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이라크 정부는 무임승차를 하게 됐으며 시아파의 맹주 이란을 돕는 결과를 가져와 이란의 핵개발 등을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과 외교적 긴장관계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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