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서 결혼” 11세 소녀 납치범 체포…결정적 단서는 ‘○○○’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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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11세 어린 소녀를 납치해 닷새 동안 감금한 혐의로 49세 남성이 체포된 가운데, 사건의 전모가 언론을 통해 서서히 공개되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오카야마(岡山) 구라시키(倉敷)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여자아이가 실종됐다. 소녀는 학교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가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아이는 위치추적시스템(GPS)이 있는 스마트 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가 행방불명 된 후 집에서 2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전파가 확인됐다.

엄마는 지난 5월부터 아이를 스토킹 했던 수상한 은색 자동차를 떠올렸다. 경찰은 이틀 만에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GPS신호가 마지막으로 확인 된 지점 부근을 수색하며 소녀의 행방을 수색했다. 단서는 엄마가 "5~6월 은색 차가 딸을 스토킹했다"면서 전한 차량 번호판 4자리 숫자. 하지만 차종이나 번호판에 적힌 지역명은 기억해내지 못했다. 경찰은 지역 내 동일한 번호의 차량을 약 40개 추렸다. 범인 후지와라(藤原武·49)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18일, 이웃 주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차량 번호판의 숫자가 엄마의 기억과 일치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었다. 번호판에 적혀 있던 지명 등 엄마가 기억 못하던 정보도 더해져, 대상은 후지와라의 차로 좁혀졌다.

당장 후지와라 집 근처에서 잠복 수사가 시작됐다. 피해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후지와라가 자주 집 근처 슈퍼에서 과자를 사들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과자를 잔뜩 사들였다"는 보고를 들은 수사팀은 즉각 압수 수색을 결정했다.

19일 심야 경찰은 후지와라 집 문을 요란하게 두드린 다음,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후지와라는 11세 소녀와 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지와라는 경찰에 "귀여우니까 쭉 함께 하고 싶었다. 아이를 이상형으로 키워서 18세가 되면 결혼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아이의 호감을 사기 위해 인기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과자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GPS폰은 유괴 직후 버렸다.

후지와라의 '불순한' 목표는 작년부터 착착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어머니가 요양 시설에 입주하면서 혼자가 된 후지와라는 12월 1000만엔(약 1억원)가량을 들여 집을 리모델링했다. 방음이 잘 되고 창문이 없는 방을 하나 만들었고, 자물쇠는 방 밖에서 채울 수 있게 했다.

이후 후지와라는 납치 대상을 물색했다. 우연한 기회에 소녀를 보고 장시간 동안 차로 납치할 기회를 노렸다. 2월 이후 소녀의 집 부근을 10회 정도 방문했고, 3월에는 소녀의 동네에서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은색 소형자로 차를 바꾼 후에도 스토킹을 계속했다. 그러다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J-CAST뉴스에 따르면, 후지와라는 고교 졸업 후 취직해 30세 무렵 결혼을 했으나, 결혼 생활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전처와의 사이에 아이는 없다. 지난해 그의 집 공사를 했던 인테리어 업자는 언론에 후지와라의 집에 들어가니 미소녀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10여장 정도 방벽에 붙어 있었다고 했다. 어린 소녀의 전신을 그린 이상한 분위기의 그림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만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무직이라고 한다.

닛칸스포츠닷컴 보도에 따르면, 후지와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지역사회나 친구로부터 고립돼 있는 남자"였다. 인근 주민들은 그가 주로 집에 틀어박혀 지내고 동네 청소 활동이나, 회비 지불을 꺼리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행히 구출된 소녀는 감금됐던 기간에도 폭행 등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J-CAST는 최근 일본 내 어린이 유괴의 목표가 '몸값'에서 '인간관계 구축 욕구'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후지와라가 소녀에 대해 "내 아내입니다"라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4년 전 아버지가 사망하고 지난해 어머니도 요양시설에 입소하면서 고독한 생활을 해온 후지와라가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은' 목표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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