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6·4’ 들어가면 이유불문 무더기 연행… 中은 지금 침묵 작전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NYT “톈안먼사태 25돌 통제 강화”

‘사회를 침묵시키는 작전이 시작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어느 해보다 통제가 심해지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이렇게 전했다. 이 같은 ‘침묵작전’은 황당하고 엉뚱한 곳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충칭(重慶)지국의 중국인 여직원 신젠(辛健) 씨는 인터뷰하기 위해 연락한 인물 명단에 5월 3일 베이징(北京)에서 6·4사태 관련 모임에 참석한 푸즈창(浦志强) 변호사가 있다는 이유로 13일 연행돼 연락이 두절됐다. 신 씨의 남편 왕하이춘(王海春) 씨가 28일 아내의 억류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남편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씨의 억류는 6·4사태와 관련한 외신 보도 통제를 위한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YT는 “중국의 검열 및 공안당국은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안정 유지를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 법률 종사자, 자유 지식인 그리고 외국 언론 매체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개월 전 아무 이유 없이 사실상 가택연금된 에이즈 환자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씨는 “계절은 봄인데 느낌은 겨울”이라고 말했다.

푸 변호사 등 13명은 베이징의 한 가정집에서 ‘6·4 기념 토론회’를 가진 뒤 참가자는 물론이고 친구와 친척 등 수십 명이 연행됐으며 푸 변호사와 베이징영화학원 하오젠(학建) 교수 등 5명은 정식으로 체포돼 구금됐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장쓰즈(張思之) 변호사는 “사적인 장소에서 가진 모임이 어떻게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충칭에 사는 한 공장 근로자는 최근 베이징을 여행하고 다녀온 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연행됐다. 이유는 자신의 블로그에 톈안먼 광장에서 손가락으로 ‘V’자 모양을 하고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정확한 혐의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국가 전복’을 교묘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전했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천융마오(陳永苗)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공안이 800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나에게 주며 단지 베이징을 떠나달라고 했다”며 자신은 현재 북방지역을 여행 중이라고 말했다.

NYT는 “어느 해나 6·4사태 전에는 단속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가혹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동성애자 활동가들도 제지당하고 6월 3일 베이징의 식당에선 평범한 모임을 하는 것도 금지하는 등 황당한 단속도 많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톈안먼사태#침묵 작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