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 의사당 장악… 리비아 또 내전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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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이슬람세력 “제헌의회 중단”, 쿠데타 시도… 도심서 총격전

리비아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사진)가 이끄는 무장조직 ‘국민군’이 수도 트리폴리의 의사당을 급습하고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포했다.

장갑차와 대공화기, 로켓포 등으로 무장한 국민군은 18일 리비아 최고 정치기구인 제헌의회(GNC) 의사당 부근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며 이어 내부로 진입해 의회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리비아 정부는 이슬람계 의원과 정부 관리 20여 명이 납치됐다고 밝혔다. 의사당 급습 이후 트리폴리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군은 이에 앞서 17일에도 동부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단체 군사거점을 군용기와 무장헬기 등으로 공격해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다쳤다.

이번 공격은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혁명 이후 가장 큰 무력충돌로 리비아의 정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CNN은 리비아가 내전 위기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군 측이 거사의 명분으로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리비아를 구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어 무력으로 이슬람 세력 중심의 헌정질서 수립을 막으려는 쿠데타 성격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군 측 모크타르 파르나나 대령은 TV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제헌의회의 중단을 선포한다”며 “60명으로 이뤄진 헌법기초위원회가 의회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국가과도위원회(NTC)에 이어 2012년 7월 GNC가 구성됐으나 이슬람 정파와 비(非)이슬람 민족주의 정파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달 초 이슬람계가 일방적으로 새 총리를 임명하고 신(新)헌정 질서 수립에 나서자 비이슬람계가 무력으로 저지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군을 이끄는 하프타르는 1980년대 전역한 예비역 장군으로 카다피 정권과 관계가 악화된 뒤 미국으로 망명해 20년간 카다피 축출을 목표로 조직을 정비해왔다. 2011년 시민혁명 당시 리비아에 돌아와 카다피 축출에 크게 기여한 뒤 은퇴했다. 그러나 그는 2월 “리비아를 테러세력으로부터 구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리비아#gnc#무아마르 카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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