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위 ‘흑-백 셔츠’ 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검은 셔츠’ 학생들 반정부 집회… ‘흰색 셔츠’ 단체 “민주 수호” 맞불

중국과의 서비스 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지난달 18일부터 대만 입법원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 단체가 앞으로 입법원을 ‘릴레이’로 점거 농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타이베이에서 학생 시위대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이자 이에 반대하는 일부 단체가 ‘흰색 셔츠’를 입고 맞서면서 ‘흑백 셔츠 시위 대결’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 시위가 2주째 이어지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에도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길인 카이다거란(凱達格蘭)대도 앞길 등에는 경찰 추산 11만6000명(주최 측 50만 명 주장)의 학생과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밀실 협상에 반대하는 뜻으로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서비스 무역 협정 반대’ ‘마잉주(馬英九) 총통 퇴진’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남부 타이난(臺南)에서 대형 버스 65대가 동원되는 등 전국에서 시위대가 타이베이로 집결했다. 해외 16개국 49개 도시에서도 동조 시위가 벌어졌다고 홍콩 밍(明)보가 31일 보도했다.

이날 타이베이 버스터미널 등에서는 공민정의연맹 등의 단체가 소집해 모인 수천 명이 흰색 셔츠를 입은 채 ‘국회를 돌려 달라, 민주를 수호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때 중산(中山)남로 등에서 ‘검은색 셔츠’ 시위대와 대치했으나 경찰이 막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연맹 소집인이자 중화민국사회서비스협회 이사장으로 알려진 장젠핑(張健萍) 씨는 “대의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거리 시위는 20, 30년 전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31일부터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던 유취안(尤權) 푸젠(福建) 성 당 서기 등의 일정이 학생 시위의 여파로 취소됐다. 이들은 집권 국민당 우보슝(吳伯雄) 명예주석을 예방하고 가오슝(高雄)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의 방문 일정도 학생 시위로 잠정 연기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시위#검은셔츠#반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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