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에 가린 오바마, 보폭 넓히는 시진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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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사태 러 제재 설득에 다른 문제는 뒷전
첫 유럽순방 외교입지 확대… 핵안전관도 제시

《 ‘설득하기 바쁜 미국, 외교 영토를 넓혀나가는 중국.’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막을 올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행보는 이처럼 엇갈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른 이슈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에 시 주석은 서방과 러시아 갈등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며 외교 안보 영토를 넓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

○ 설득하기 바쁜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제재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설득하느라 갈 길이 바빠 다른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쏟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고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 접견도 조명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25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회동이다. 주요 8개국(G8)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G7 정상 회동을 통해 러시아를 제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낼 경고 메시지를 강구한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동북아시아 안보 강화 방안이 핵심 의제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방문해 본격적인 유럽 설득에 나선다. 그는 취임 뒤 미국-EU 연례회의를 없애는 등 유럽에 대한 관심을 줄여왔기 때문에 러시아 제재를 위한 전폭적 지지를 얻어내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보국(NSA)의 동맹 정상 무차별 감청으로 서먹해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의 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 외교 영토 넓히는 중국

지난해 3월 국가주석 취임 뒤 처음 유럽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세계의 핵 관리, 서방과 러시아 갈등, 문화 외교 등 방면에서 중국의 입지를 새로 다질 태세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핵물질과 시설의 안전관리 및 핵에너지의 합리적 개발과 이용 등에 대한 중국의 ‘핵안전관(核安全觀)’을 제시할 것이라고 리바오둥(李保東) 외교부 부부장은 설명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부 주임은 “중국이 처음으로 제시할 핵안전관은 세계의 주목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둘러싸고 어떤 자세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조’에 이른다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5일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지만 크림 합병을 무조건 지지만 할 수는 없다.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을 지지하면 티베트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파리 유네스코와 EU 본부 방문은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처음이다. 추이 주임은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전면적 대국’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오바마#시진핑#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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