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합병 찬성 70∼80% 예상… 러, 우크라 동부까지 軍투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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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자치共 주민투표]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이 16일 러시아와의 합병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러시아 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이날 오전 8시(한국 시간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투표 결과는 17일 새벽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크림 주민의 약 60%가 러시아계인 점을 감안하면 결과는 뻔해 보인다. CNN은 “투표 결과 70∼80%의 찬성으로 러시아 귀속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러시아 통합’인가, ‘우크라서 독립’인가

이번 주민투표 문안에는 크림 분리독립에 대한 반대 표시가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①러시아 연방 구성원으로 러시아에 통합되는 것을 지지하는가 ②우크라이나 일부로서 크림자치공화국의 ‘1992년 헌법 회복’을 지지하는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크림 의회는 옛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다는 내용의 새 헌법을 채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불허해 갈등을 빚었다. 그러던 1995년 ‘상당한 정도의 자치권’을 부여받는 대신 우크라이나 헌법을 따르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따라서 ‘1992년 헌법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내용의 ②번은 사실상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크림자치공화국의 현상 유지를 위한 선택지는 없는 셈이다.

○ 푸틴, 크림공화국 받아들이나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합병이 결정되면 크림자치공화국은 즉각 실행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의회 의장은 3월 안에 귀속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 하원도 21일 크림 병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 초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을 합병하지 않고 친(親)러시아 독립국으로 남겨둔 채 실효적으로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푸틴이 서방과의 극한 대결을 감수하고 크림을 합병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크림이 자발적 합병을 원하는 상황에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푸틴이 서방과 ‘굴종적’ 타협을 하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러시아, 우크라 동부까지 넘보나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넘어 우크라이나 동부(친러 성향) 지역에 군사 개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5일 러시아 공수부대원 약 40명이 헬기로 우크라이나 동부 헤르손 주의 한 마을에 침투했으며 지상으로 진입한 120여 명은 마을에 있는 천연가스 공급기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키고 지상군을 동원해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이날 동부 하리코프 시내에서는 친러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세력 간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임시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자금을 대는 것은 러시아 요원들”이라며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 서방의 러시아 고립정책 효과 있을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효력을 무효화하려는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중국은 기권했고 나머지 13개 이사국은 찬성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 비자면제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있는 러시아 인사의 입국 금지와 EU 내 자산동결을 예고했다. 미국은 러시아 기업과 은행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는 ‘이란식 경제제재’도 검토 중이다. 주요 8개국(G8) 회원국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방안도 본격 논의되고 있다.

○ 크림 주민투표 국제법 위반인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주민투표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반인지를 판단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

국제법은 국가 기본권의 하나로 ‘영토보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지위(분리독립 또는 자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결권’도 인정한다. 강대국들은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는 조항을 인용하고 있다.

2008년 투표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자결권 조항을 들어 코소보 독립을 지지했고 러시아는 영토보전 조항 등을 들어 반대했다. 지금은 정반대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김기용 기자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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