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로 쏠리는 우크라이나… 푸틴 선택이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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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 “러와 관계 재정립… 유럽 일원 될것”
푸틴 유라시아 공동체 구상에 타격… 경제원조 중단-군사개입 가능성
오바마 소극적 외교에 美보수 불만… “美 적극 나서 러 군사개입 막아야”

야권이 권력을 장악한 우크라이나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방의 대표격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야권이 연립내각 구성에 착수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벗어나 유럽연합(EU)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임하는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은 23일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일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화답해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에 실질적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EU가 6억1000만 유로(약 9000억 원)를 즉각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렌 위원은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수 있는 전망과 기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경제 원조를 유력한 지렛대로 사용할 태세다. 지난해 12월 약속한 150억 달러(약 16조1100억 원)의 원조와 우크라이나의 전체 사용량에 해당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구실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 재무장관은 22일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약 70억 달러)까지 불어났고 18개월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400억 달러에 이르러 외부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EU에 대응할 유라시아 경제통합체 구성을 목표로 삼고 있어 우크라이나는 포기할 수 없는 우방이다.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인구 2위, 경제규모 3위의 우크라이나가 없는 경제통합체는 반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는 군사 개입. 23일 러시아 영향권인 동부 하리코프와 남부 크림 반도의 세바스토폴 케르치 오데사 등에서는 수천 명이 야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를 빌미로 친(親)러시아 정권의 복귀를 위해 군사 개입을 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인접국 조지아를 공격한 전력도 있다.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 개입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은 적극 개입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적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미 하버드대 교수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문을 내고 “세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걱정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소극적 외교”라며 “미국 외교의 테이퍼링이 세계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미국이 먼저 나서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2010년 발표한 ‘리셋(관계 재설정) 정책’이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 정책을 ‘리셋’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협상 등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우크라이나#EU#러시아#푸틴#오바마#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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