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OT&NEW]베일에 싸인 이집트 新파라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권행보 나선 시시 국방장관… 전면 나선적 없어 주민들 신격화
대선 승리땐 장기독재 우려도

이집트 군 최고 실세인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60·사진)이 마침내 대권 행보에 나섰다.

이집트 군최고위원회(SCAF)는 27일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시시 장관의 대선 출마를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SCAF는 “이번 결정은 국민 열망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시시 장관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시 장관은 아직 공식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달 초 “군부 위임이 있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쿠데타를 이끈 시시 장관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사실상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대중은 그런 시시에게 열광했다. 자신과 관련된 보도를 통제하고 전면에 나서지 않는 등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신격화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4월 예정된 대선에서 시시의 승리는 거의 확실하다. 국제사회는 시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의 태도에 따라 이집트의 미래가 달라지고 중동 지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시가 등장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민주적 선거로 집권한 무르시 대통령을 군을 동원해 몰아냈다.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일으킨 재스민 혁명의 성과를 후퇴시킨 것이다.

이슬람과의 심각한 대립도 문제다. 시시는 미국과 영국에서 군사교육을 받아 서방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서도 충실한 이슬람교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쓴 그의 석사 논문에는 “중동 민주주의는 이슬람 신앙의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이슬람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저항하는 무슬림들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집트 무슬림들은 그를 ‘위선자’로 부른다.

시시가 집권하면 새로운 ‘파라오’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이슬람과 격렬하게 대립하는 정권을 이끌려면 ‘철권통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집트 군부는 가말 압델 나세르(1954∼1970), 안와르 사다트(1970∼1981), 호스니 무바라크(1981∼2011)로 이어지는 독재 경험도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시시가 대중의 인기를 이용해 장기 집권에 성공한 나세르를 닮아가고 있다”고 벌써 지적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집트#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