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덩샤오핑 경제교사 “이젠 정치개혁 할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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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롄 연구원 “경제 지속성장에 필수”
사법부 독립-언론자유 보장 개헌 주장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의 경제교사이자 ‘중국 시장경제학의 태두’이며 ‘중국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우징롄(吳敬璉)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83·사진)이 중국의 다음 개혁은 정치체제 개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천명한 ‘9호 문건’의 지도 노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 연구원은 “개혁이 절반(경제개혁을 의미)밖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재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의 근원”이라며 “책임감이 없는 관리들이 경제 번영에서 사리를 추구하는 등 불완전한 개혁이 부패 만연을 초래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반드시 실시해야만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연구원의 이런 주장은 시 주석이 언론 자유, 인권, 사법부 독립 등 ‘7가지 체제 도전 요소를 입에 올리지도 말라’는 내용을 담은 ‘9호 문건’을 최근 공산당 간부들에게 내려보내 학습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정치 개혁 요구는 쑥 들어간 상태이며 특히 언론 자유는 더욱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 연구원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중국 전문가인 배리 노턴 교수가 영어로 번역하고 편집한 자신의 신간 논문 총서에서도 이 같은 소신을 거듭 밝혔다.

그는 “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사회와 정치 상황이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갈수록 절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의 경제 지배권을 차츰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법부 독립과 언론 자유 등을 보장하는 개헌을 주장했다.

WSJ는 우 연구원이 급진주의자가 아니라면서 중국 학계에서 ‘우 선생님’ ‘미스터 마켓’으로 불리며 존경받아 왔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장쩌민 주석과 역대 총리들이 그에게 자문했다. 현재도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과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 등 현직 핵심 인사의 멘토이다.

다음 달 중순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예정된 민감한 시기에 우 연구원의 이런 주장은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상당한 당내 저항을 받을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시 주석은 최근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의 붉은 색깔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WSJ가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우징롄#정치개혁#중국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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