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러 거쳐 베네수엘라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외신 “안전 위해 모스크바-쿠바 경유”… 홍콩정부 “합법적 경로로 출국”
美검찰, 간첩행위 등으로 기소

미국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23일 홍콩을 출발한 뒤 러시아를 경유해 베네수엘라로 향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이날 일제히 전했다. 홍콩 당국도 성명을 통해 “스노든은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자발적으로 제3국으로 떠났으며 미국 정부에 출국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스노든은 이날 오전 10시 55분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으로 홍콩을 떠나 오후 5시 5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스노든의 측근과 항공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노든은 23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몇 시간 내로 쿠바 아바나행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며 최종 목적지는 베네수엘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테르팍스는 “스노든은 중간에 체포되지 않고 안전하게 베네수엘라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와 쿠바를 경유하는) 복잡한 비행 노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찰스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노든의 모스크바 경유를 승인했다”고 비난했다.

스노든이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최종 기착지로 정할 경우 그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가 폭로를 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스노든이 위키리크스의 전문적인 법률기술과 경험을 살려 자신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부탁함에 따라 외교관들과 위키리크스의 법률고문들이 그와 동행해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스노든이 은신처인 홍콩을 떠남으로써 세계를 뒤흔든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사건은 또 다른 전기를 맞게 됐다. 스노든 송환 문제를 놓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던 홍콩과 중국은 일단 짐을 덜게 됐다. 하지만 스노든이 최종 정착할 국가와 미국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2일 미국 연방검찰은 스노든을 간첩, 절도, 정부재산 무단 개조 등의 혐의로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연방 지방법원에 기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스노든에 대한 임시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검찰은 60일 내에 스노든에 대해 기소장을 접수하고 범죄인 인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홍콩 당국은 스노든에 대해 임시 체포영장을 발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미국 측이 제공한 서류가 불충분해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는 것을 막을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23일 대변인을 통해 “스노든이 여행하려는 나라들과 사법 협조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안보국(NSA)이 중국의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는 “NSA가 당신들의 문자메시지를 훔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휴대전화 회사를 해킹했다”며 “이를 증명할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휴대전화 메시지는 한 해 9000억 건(2002년 기준)에 이른다. 신문은 외부의 해킹 공격 때문에 차이나유니콤이 지난해부터 미국산 라우터(네트워크 중계 장치)를 중국산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스노든은 또 NSA가 중국 칭화(淸華)대와 아시아 최대 광케이블 업체 중 한 곳인 팩넷(PACNET)의 홍콩 본사 컴퓨터도 해킹했다고 밝혔다. 칭화대에는 중국의 6대 기간 통신망 중 하나인 중국교육과학컴퓨터망(CERNET)이 있다. 스노든이 SCMP에 공개한 자료에는 올해 1월에도 칭화대 내 컴퓨터와 서버 63개에 대한 해킹 작전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영문판 평론에서 이번 폭로와 관련해 “미국이야말로 정보통신 스파이 행위에서 ‘가장 큰 악당’”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워싱턴=고기정·정미경 특파원 koh@donga.com
#스노든#개인정보수집 폭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