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탈레반 ‘전쟁종결’회담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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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카타르에 정치사무소 개설… 20일 전쟁 시작 12년만에 회담 시작
아프간 정부, 협상배제에 강력 반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평화회담에 나설 계획을 밝혔지만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서 배제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를 올릴지 그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19일 미국이 발표한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을 보이콧하며 강력한 비난의 뜻을 나타냈다. 아프간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만약 평화협상을 아프간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다면 탈레반과의 평화 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구인 아프간 고등평화위원회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과 탈레반 협상 대표들은 탈레반의 정치사무소가 개설된 카타르 도하에서 20일 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모두 참여하는 평화협상을 요구했지만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르며 거부해 왔다. 미국은 탈레반과 우선 양자회담을 가진 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파견한 정부 대표단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평화회담 개최를 성사시켰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회담 첫 단계에서 자국이 배제된 것을 19일 뒤늦게 알고 반발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최근 수개월 동안 노르웨이에서 카타르 사무소 개설을 위한 비밀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올 2월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했을 때 탈레반과 만나는 등 아프간 정부도 별도의 비밀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2001년 아프간 전쟁 개시 후 12년 동안 탈레반과 전쟁을 벌여 온 미국이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내년으로 다가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철군 때문이다. 탈레반을 군사력으로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가운데 아프간 치안 불안에 고심해 온 미국은 내년 철군을 앞두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평화회담의 의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탈레반 고위 지휘관과 탈레반이 억류하고 있는 미군 병사를 맞교환하는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의제를 확대해 탈레반의 아프간 헌법 수용 및 정치권 편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이 시작되더라도 짧은 시일 내에 평화 정착을 위한 중대한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화해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들의 화해 과정이 빠르지도 쉽지도 평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담 성사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탈레반이 바그람 미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 4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협상과 군사작전을 병행하겠다”고 밝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계속 공세를 펼 것임을 예고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탈레반#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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