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반군에 군사적 지원 초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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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해 반군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수차례 사용해 100∼1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최근 결론을 내렸다고 백악관이 13일 밝혔다.

미국 당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리아 반군에 미국의 군사 지원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형 무기와 탄약 지원을 이미 승인했으며 중앙정보국(CIA)이 수송을 담당해 터키와 요르단을 통해 육로로 시리아 반군에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벤저민 로즈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정보기관은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해 수차례 사린가스를 포함한 화학무기를 소규모로 반군에 사용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미국이 반군 군사조직인 최고군사위원회(SMC)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포함해 반군 지원 규모와 범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렉세이 푸슈코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미국의 발표는 날조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은 하지 않고 야간용 고글 등 장비와 통신장비, 의료 식품 지원 등만 하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성명은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해왔고 화학무기 사용이 자신(오바마)의 계산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군사 개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중대 결심이 임박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로즈 부보좌관은 성명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군사 지원의 내용이나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군부가 요르단 접경에서 시리아 영토 내 약 40km 구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백악관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는 난민 보호와 요르단 내에서의 시리아 반군 훈련을 위한 것이다.

백악관은 올 4월 처음으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렸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추가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프랑스와 영국이 채취한 혈액과 모발 샘플을 통해 화학무기 사용을 최종 확인함에 따라 반군에 대한 대전차 무기 및 대공 무기 제공, 시리아 표적시설 공습,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고강도의 군사 지원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대공 무기나 정교한 무기보다 소형 무기와 공격용 소총 위주로 우선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아 반군은 최근 전략적 요충지인 꾸사이르 지역을 정부군에 빼앗기는 등 열세에 놓이자 미국에 대공 무기 및 대전차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12일 백악관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리아 반군의 군사 지원에 대한 회의가 열렸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케리 장관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살포에 사용되는 이착륙 통로 공습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 따른 사망자는 9만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주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개별 회동을 하고 시리아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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