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처지를 비관한 50대 후반 실업자 남성이 시내버스에 불을 질러 4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버스에는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보기 위해 시험장으로 가던 학생들도 다수 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9일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 시에서 7일 오전 6시 30분경 승객 90여 명을 태우고 고가도로를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7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했다. 버스에는 고3 수험생 15명도 타고 있었으며 7명은 병원에 이송됐으나 8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버스가 전소돼 사망자의 신원 파악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당초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에 무게를 뒀지만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방화로 결론짓고 사건 당시 차에 타고 있다 사망한 천수이쭝(陳水總·59)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한 생존자는 불이 나기 전 버스 안에서 휘발유 냄새가 났고 몇 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10분간 불길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버스는 디젤유를 쓰지만 화재 발생 시 나온 연기는 휘발유가 연소될 때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샤먼에 있는 천 씨의 집을 조사해 확보한 글에는 그가 불우한 신병을 비관하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분풀이를 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방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는 “살길이 막막하다”는 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의 계정은 접속이 안 된다. 천 씨의 둘째 형은 그가 방화 전날인 6일 자신의 나이가 잘못 등록돼 사회복지수당을 받을 수 없어서 이를 수정하기 위해 공안국을 찾아갔지만 뜻대로 안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로 전에도 수차례 관련 기관에 ‘상팡(上訪·관청에 억울함을 호소)’을 했다. 천 씨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잠시 일한 것을 빼고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중국에서는 2009년에도 한 실직자가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서 버스에 불을 질러 27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묻지마 살인’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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