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1년만의 노타이 회동… 비슷한듯 다른 ‘데자뷔 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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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퍼드 vs 서니랜즈 회동 비교
2002년 장쩌민 퇴임직전 1시간 대화… 2013년 시진핑 취임초기 7시간 만나

2002년, 2012년 그리고… 2002년 10월 미국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부부와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다정하게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위 사진 왼쪽부터 장 주석, 부시 대통령, 왕예핑 여사, 로라 부시 여사. 뉴욕타임스
2002년, 2012년 그리고… 2002년 10월 미국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부부와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다정하게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위 사진 왼쪽부터 장 주석, 부시 대통령, 왕예핑 여사, 로라 부시 여사. 뉴욕타임스
‘11년 만에 재현되는 각본 없는 만남.’

7,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 휴양지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해 5일 뉴욕타임스는 2002년 10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간의 ‘크로퍼드 목장’ 회동 이후 가장 격식 없는 미중 정상 간 만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백악관이 아닌 부시 대통령 소유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린 부시-장쩌민 회담은 ‘카우보이 회동’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 정상이 넥타이를 풀고 편안하게 만난다는 점에서 서니랜즈와 크로퍼드 회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니랜즈 회담이 ‘셔츠 회동’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당시 장 주석은 편안한 점퍼 차림으로 크로퍼드 목장을 방문했고 부시 대통령도 노타이 차림으로 장 주석을 맞았다. 정상회담 기간이 이틀이라는 것도 같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많다. 당시 장 주석이 권력을 물려주기 직전의 ‘지는 해’였다면 지금 시 주석은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지 7개월밖에 안 되는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부시 대통령과 장 주석은 단 1시간의 ‘이벤트성’ 회담을 열고 나머지 시간은 목장 안에서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틀간 7시간에 걸쳐 4차례나 만나 북한 핵, 사이버 안보, 인권, 시리아 사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의제의 시급성 여부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발생 1년 후 대(對)테러 전쟁을 선포하고 중국의 외교적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장 주석을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시급을 다투는 이슈가 없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11년 전 장 주석이 크로퍼드 목장 안 귀빈 숙소에서 여장을 푼 반면 시 주석은 도청을 우려해 서니랜즈에서는 회담만 하고 인근 하이엇호텔에 머물 예정이다. 서니랜즈 내부가 수백 점의 중국 예술품이 전시된 잘 꾸며진 예술 공간과 같다면 크로퍼드 목장은 자연미가 넘치는 곳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장 주석에게 유명한 텍사스 바비큐를 대접했지만 서니랜즈 회동의 만찬과 오찬 메뉴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중국#노타이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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