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IMF-WB 맞설 ‘세계은행’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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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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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서 이틀간 정상회의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5개국이 제3의 국제금융기구 역할을 할 ‘그들만의 월드뱅크’를 곧 출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양대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기존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하는 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브릭스 개발은행’의 설립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브릭스 개발은행은 5개국 실무진이 1년 넘게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각국이 100억 달러씩 내어 500억 달러(55조 원)로 출범시키자고 제안했다. 로이터 통신은 브릭스 개발은행이 브릭스 5개국과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금융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현재 세계은행의 업무와 유사하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블룸버그에 “최소한 브릭스는 이번 시도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지닌) 국제 정치그룹을 형성했으며 미래의 다른 많은 일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그들만의 특별한 ‘월드 뱅크’를 갖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브릭스는 또 각국이 외환보유액에서 일정 금액을 갹출해 5개국이 혹시 겪을 수 있는 금융위기 때 지원하는 내용의 ‘공동외환보유액’ 구성을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한다. 사실상 IMF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인 ‘위기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브라질 관료는 공동외환보유액의 초기 자본은 900억∼1200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논의되는 브릭스 공동외환보유액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한중일 등 13개국이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외환보유액을 서로 지원키로 한 ‘치앙마이 이니셔니티브(2400억 달러 규모)’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브릭스 국가의 관료들은 밝혔다.

브릭스 5개국의 외환보유액 합계는 세계 1위인 중국(3조5490억 달러)을 포함해 4조8234억 달러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의 비중(15.7%)의 배를 넘어섰다. 브릭스 5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지난해 전 세계 GDP의 20.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높아졌지만 기존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독자적인 국제금융기구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국 리서치 기관인 프런티어어드바이저리의 마틴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브릭스 국가들이 서방세계에 집중된 경제권력을 가져올 때가 됐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개발은행의 설립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 가능성은 높지만 운영방식과 재원 출연 규모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는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의 ‘더 힌두’는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실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회원국들은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브릭스#남아공#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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