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美… 온라인 도박에 손 내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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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세수확보 위해… 네바다-뉴저지州 잇단 허용
“100조원 시장 열렸다”… 애플-구글-MS도 뛰어들듯

정부의 곳간 채우기에 급급한 미국이 결국 ‘온라인 도박’에 무릎을 꿇었다. 차기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로 온라인 도박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 왔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재정 확충을 이유로 26일 온라인 도박 허용법안에 서명했다. 21일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가 미 최초로 온라인 도박을 허용한 데 이어 뉴저지 주까지 가세하면서 사실상 미국은 온라인 도박에 문호를 개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어 정보기술(IT) 신천지로 불리는 온라인 도박을 준비해 왔던 IT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뉴저지 주의 온라인 도박을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지사는 2011년만 해도 도박 중독과 부패 등을 이유로 이 법안을 거부했으나 재정 적자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거액의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온라인 도박을 허용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도박에서 나오는 간접세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는 뜻이다. 미 연방 법무부가 1월 온라인 도박에 대한 권한을 주 정부에 양도한 것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온라인 도박에 관심을 둬온 주 정부들의 집요한 로비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바다 주에 이어 뉴저지 주까지 온라인 도박 합법화에 가세하면서 다른 주들도 빠르게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델라웨어 주와 캘리포니아 주 등 여러 주가 IT 산업 육성과 도박에 따른 세수 확보를 위해 온라인 도박 허용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킬 것이 유력하다.

뉴저지와 네바다 주는 모두 주 경계 안에서만 포커, 바카라, 블랙잭 등 온라인 도박을 허용하는 법안을 이번에 통과시켰으며 주 경계를 넘어서 여러 주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도박 사업을 벌이는 사업체를 허용하는 법안도 곧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미 네바다 주는 다른 주와 주 경계를 넘어서는 온라인 도박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IT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SNS에 이어 온라인 도박 시장이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고 진작부터 준비를 해왔다. 시장조사기관 주니퍼리서치는 2017년이면 세계 온라인 도박 산업 규모가 최소 1000억 달러(약 10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카지노 게임을 도입하기 위해 전문 도박업체들과 협의 중이며 최대 SNS 게임 업체인 징가는 이미 지난해 12월 네바다 주에 온라인 도박 운영업체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네바다 주에만 이미 20여 개 업체가 라이선스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온라인 도박 합법화가 더 확산되면 애플 구글 MS 등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도박에 빠져 파산하기 쉽고 중독에서 헤어나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저런 논란에도 재정난 타개와 관광수익 확대를 위한 주 정부들의 온라인 도박 베팅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온라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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