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 먼저 총뺀 오바마… 총기협회 “세기의 싸움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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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의회 동의 필요없는 대통령령에 서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한 강력한 종합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대결의 제2막이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규제안을 발표한 직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했고 미국총기협회(NRA)는 ‘세기의 전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쪽 분량의 ‘지금이 적기다(Now is the time)’라는 제목의 규제안에서 △공격무기 및 대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고 △신원조회 허점을 없애며 △총기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조치 가운에 23개 항목은 의회 동의나 입법화가 필요 없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 직후 행정명령에 서명해 즉각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실제 총기 규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종합 규제안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꼽히는 공격무기 판매 금지법 부활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 주요 사안들은 대부분 입법화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 하원은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하원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오바마의 규제안으로는 총기 범죄를 일으키는 진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수정헌법 제2조를 어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루이 고머트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보수 성향의 뉴스맥스TV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탄핵을 당할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강경 보수 상·하원 의원들도 오바마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NRA도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NRA는 미국인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시작했다. NRA는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 강화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 대통령의 두 딸이 등장하는 총기 규제 반대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TV와 인터넷으로 방영된 35초 분량의 NRA 광고는 “대통령의 아이들이 당신의 아이들보다 더 중요한가?”라는 성우의 목소리로 시작해 “대통령의 두 딸은 학교에서 무장한 경비원들로부터 보호받는데 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무장 경비원을 두는 것에 그는 회의적인가”라고 질문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주요 규제안 중 하나는 모든 총기 거래 시 범죄 기록을 조회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방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총기 판매자는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총기를 판매하는 사람은 대부분 신원조회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거래 등 개인 거래가 늘어 전체 총기 거래의 40%가량을 차지함에 따라 커지고 있는 ‘구멍’을 메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2004년에 만료된 공격무기 판매 금지법 부활을 의회에 촉구했다. 청소년의 정신질환 예방과 치료를 통해 총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방침도 포함시켰다.

백연상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baek@donga.com
#미국#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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