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복병 만난 오바마… 개각 꼬이고 이란에 발목 잡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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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차기 국무 인준 난항 “당분간 클린턴 유임” 주장도
이란은 核 모의실험 강행 ‘아시아 중심’ 2기 구상 흔들


재선 3주째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가지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공화당이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 대사의 국무장관 임명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2기 내각 인선이 출발부터 암초에 부딪힌 형국이다. 나라 밖에서는 이란 문제가 외교정책 구상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라이스 대사는 27일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공화당 중진 의원들을 만났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켈리 에이요트 상원의원은 라이스 대사와 회동 후 “인준 반대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혹이 가시지 않았다”거나 “만나기 전보다 오히려 우려가 더 커졌다”는 표현을 썼다.

라이스 대사는 올해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피습돼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 외교관 4명이 사망한 지 닷새 뒤 알카에다의 조직적 테러가 아닌 우발적 시위라고 발언했다.

라이스 대사는 자신이 제의한 이날 회동에서 “불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벵가지 사태를 잘못 규정했다”고 시인했지만 “의도적 왜곡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고위직 외교관리가 정보의 정확성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백악관의 의도적 정보 은폐”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라이스 임명을 위해 공화당과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상황에서 뒤로 물러서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재정절벽’ 협상을 앞두고 공화당과의 갈등을 악화시킬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서는 라이스 대사가 ‘우발적 시위’ 발언을 했던 5개 TV 뉴스 프로그램에 당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만큼 클린턴 장관이 책임을 지되 당분간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AP통신은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입수한 도표를 근거로 이란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핵폭탄을 생산하기 위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이미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도표에 의하면 이란 과학자들이 모의실험한 핵폭탄의 폭발력은 50kt으로 히로시마 원폭 15kt의 3배 이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중동에서 계속 위기를 조장하면서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끝내려는 오바마 행정부 2기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혼란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NYT는 미국이 이집트 터키 카타르에서 급부상하는 수니파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삼아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란을 고립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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