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독립을 외치며 지난해 3월 시작된 티베트인의 연쇄 분신(焚身) 항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근까지 분신한 사람만 60여 명으로 한 달에 3명꼴이다. 특히 지난주에만 간쑤(甘肅) 성에서 7명이 분신해 한 주간 최대 기록을 세웠다.
○ 일주일 새 7명 분신…작년 이후 최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자유티베트’는 25일 티베트의 수도 라싸(拉薩) 인근 비루(比如) 현에서 체포(20)와 텐진(25)이라는 이름의 티베트인 2명이 정부 건물 앞에서 분신했다고 27일 전했다. 사촌형제인 이들은 티베트 독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텐진 씨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26일에는 간쑤 성 샤허(夏河) 현에서 체파크 키얍 씨(21)와 라모 체텐 씨(24)가 분신했으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21세의 한 청년도 인근에서 분신을 시도해 숨졌다. 샤허는 ‘리틀 티베트’로 불리는 지역으로 대형 사원인 라브랑(티베트 발음·중국어 拉卜楞·라부렁) 사원이 있는 곳이다.
앞서 22일 간쑤 성 간난짱(甘南藏)족 자치주에서는 라모 키에브 씨(27)가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몸에 불을 붙였고 같은 날 샤허 현에서는 돈둡이라는 50대 농부가 분신했다. 자유티베트는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약 60명이 분신해 최소 5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잇따른 분신 항거의 도화선은 지난해 3월 쓰촨(四川) 성 아바 현의 키르티 사원에서 일어난 펑춰(彭措)라는 승려의 분신이었다. 그는 2008년 3월 티베트 분리 독립 시위를 중국 당국이 유혈진압한 데 항의하며 몸에 불을 질렀다. 당시 공안은 이 사건을 조직적 음모로 규정하고 다른 승려들까지 잡아들였다. 이후 분신 사태는 인근 칭하이(靑海) 성, 간쑤 성은 물론이고 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는 라싸까지 확산됐다.
○ 권력교체 앞둔 강압통치 격화…분신이 유일한 저항 수단
최근 분신 사태가 격화되는 이유는 다음 달로 예정된 중국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중국의 철권통치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미국 유엔본부 앞에서 열린 해외 티베트인 시위 참가자들도 중국의 태도 변화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AP통신은 28일 “다음 달 8일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분신 시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질서 유지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간쑤 성 공안당국은 21일 티베트인 분신 기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최고 20만 위안(약 3500만 원)을 지급한다는 현상금 공고를 내걸었다. 돈으로 티베트 여론을 분열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티베트는 “경찰이 추가 시위를 막으려 시신까지 탈취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말 쓰촨 성 간쯔짱(甘孜藏)족 자치주에서 경찰 총격으로 5명이 사망하는 등 총기도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또 분신 발생지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출도 차단하고 있다. 간쑤 성의 한 외국인 유학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분신이 발생한 곳은 길목마다 검문을 하기 때문에 외지인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고립 상황에서 티베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분신뿐이라는 게 인권단체들의 설명이다. 올해 3월 분신한 19세 여학생 체링 키 양은 유서에 “티베트의 자유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 삶은 의미가 없다”고 남겼다.
○ 달라이 라마 후계자 문제와도 관련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14세(77)의 후계자 선정이 가까워지는 점도 저항 격화 요인이다. 티베트 불교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그가 환생한 것으로 생각되는 소년을 찾아 후임자로 정한다. 이 역할은 판첸 라마가 맡지만 달라이 라마가 인정한 11대 판첸 라마는 행방불명 상태다.
중국 정부는 다른 판첸 라마(기알첸 노르부)를 정했고, 달라이 라마 14세가 숨지면 그를 통해 후계자를 정하려고 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인물을 세우겠다는 것. 달라이 라마는 이미 지난해 “(판첸 라마가 후임을 정하는) 제도 자체를 존속시킬지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려 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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