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기업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분기 기준으로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잇달아 대량 해고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선을 2주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회복 기미를 보이던 고용 및 주택시장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23일 미국 증시에 가장 큰 충격파를 던진 기업은 대표적인 글로벌 화학업체인 듀폰이었다. 이날 발표한 3분기 주당 순이익(EPS)은 1센트(약 11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센트의 대략 50분의 1로 떨어졌다. 시장의 예상치 46센트에 크게 못 미친 것.
톰슨로이터와 팩트셋은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63%가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팩트셋의 존 버터 애널리스트는 “미 기업의 분기 이익이 감소한 것은 11개 분기 만에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해리스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잭 애블린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이익이 2%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시장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기업들은 높은 실업률과 주택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세를 유지하며 미국 경제의 추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유로존 위기와 올해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을 결국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듀폰의 실적 악화는 유럽 지역 매출 부진이 원인이었다. 역시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은 3M의 잉게 툴린 최고경영자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중국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실적을 내놓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 주요 기업들은 4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을 잇달아 내려 잡기 시작했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해고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듀폰은 당장 직원 1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또 다른 글로벌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은 전체 직원의 5%에 이르는 2400명 감원과 함께 미시간 오하이오 주 등에 있는 공장 20여 개를 폐쇄한다고 이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게임의 선두업체인 징가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정규직 가운데 5%를 감원할 것이라고 밝혀 감원 여파가 정보기술(IT) 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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