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잡으려다 혹 붙인 롬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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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로 꽉 채워진 바인더 확보” 토론 발언 “女 종잇장 취급” 역풍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16일 2차 토론회에서 한 ‘바인더(binder)’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지경에 처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여성을 중용하기 위해 인재 풀을 찾았지만 마땅치 않아 여성단체에 부탁했더니 “여성들로 꽉 채워진 바인더(whole binders of full of women)를 갖다 줬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롬니의 이 발언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고 17일 아침엔 30만 명의 페이스 북 사용자들이 이 발언을 올리는 등 인터넷에선 온종일 시끌벅적했다.

롬니는 주지사 재임 당시 주정부 고위직의 여성 비중이 높아진 점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정작 여성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을 ‘바인더 뭉치’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 여론조사기관인 모멘텀 어낼리시스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려 애쓰던 롬니의 이미지에 금이 가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대선에서 당락을 가를 중요한 변수인 여성 표심을 의식해 발언했다가 오히려 표를 잃을 상황을 만든 것이다.

롬니의 발언은 낙태를 지원하는 여성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바인더’ 발언도 문제지만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한 것도 논란거리가 됐다.

여기에 매사추세츠대와 여성정치공공정책센터는 롬니가 주지사에 취임할 당시 30%였던 고위직 여성 비율은 임기가 끝날 무렵 27%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오하이오 주 유세에서 “우리는 재능과 열정을 가진 여성을 찾으려고 바인더 뭉치를 갖다 놓지 않는다”며 롬니의 발언을 비꼬았다.

오바마는 전날 2차 토론에서 롬니의 여성 정책을 강하게 공격했다. 그는 “롬니는 여성의 건강관리 재원을 폐지하고 피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한다”며 “동등 업무 남녀에 대한 동등 임금 지급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롬니는 토론회가 끝난 뒤 “나는 피임을 반대하지 않았고 어떤 경우엔 낙태도 합법적이라고 믿는다”는 TV광고를 내보냈다.

한편 통신장비 설치공인 존 루카비나 씨(74)는 지난달 30일 108층짜리 윌리스타워(옛 시어스타워) 옥상에 ABC방송 안테나를 설치한 뒤 꼭대기에 성조기와 함께 롬니 배너를 내걸었다고 시카고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작업이 잘 끝난 뒤 성조기를 거는 것은 업계의 관습”이라며 “롬니 배너를 건 것은 그의 당선을 염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롬니#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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