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본 두집살림 獨, 공무원 출장 年6만회

  • 동아일보

균형발전 위해 두 곳에 청사… 행정력-예산낭비 심각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국가적인 행정력 및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에서는 통일 후 본에 있던 정부부처의 상당수를 베를린으로 옮긴 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부처를 연방의회가 있는 베를린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부작용이 컸다.

1990년 10월 3일 통일된 독일은 이듬해인 1991년 6월 연방의회와 연방정부를 베를린으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부처를 서독의 수도였던 본에 남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방의회와 총리실, 외교부, 재무부 등 10개 부처 및 공무원 1만여 명이 베를린으로 옮겼다. 본에는 국방부, 식품농림부, 보건부 등 7개 부처(공무원 8000여 명)가 남았다.

다만 행정 효율성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부처는 두 개의 청사를 두도록 했다. 베를린에 1청사가 있으면 본에는 2청사를 두는 방식이다. 연방 수도는 베를린 한 곳이지만 사실상 수도를 둘로 나눈 ‘1국가 2수도 체제’였다.

이 체제는 심각한 국가적 자원 낭비를 불러왔다. 한국행정연구원 양현모 연구위원의 ‘독일 연방부처 베를린, 본 분할의 배경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의회나 관계 부처와 업무를 협의하기 위해 본과 베를린을 한 주에 여러 차례 왕복하는 이른바 ‘시계추 공무원’이 5000여 명에 이른다. 연방정부는 이들을 위해 셔틀 비행기까지 운항했다. 2003년 한 해에만 셔틀 비행기 운항 횟수가 약 5500회에 이르렀다.

연방정부는 공무원 출장 횟수를 줄이려고 화상회의 시스템과 e메일 업무시스템 등을 구축했지만 중장년층이나 정보기술(IT)에 익숙하지 않은 공무원들 때문에 여전히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양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최근까지 독일에 파견돼 근무한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의원내각제인 독일은 의회권력이 강해 공무원들이 의회와 부처를 자주 오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대통령제이지만 현재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세종시 이전 후 비효율이 독일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셀 부슈 독일 도시환경계획연구소(TOPOS) 이사가 2010년 4월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세종시 미래발전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정부부처 분할로 발생한 비용은 연간 2500만 유로(약 360억 원)로 추산됐다.

본과 베를린을 오가는 공무원들의 총 출장 횟수는 연간 6만 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베를린#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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