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교육권 주장한 14세 소녀 탈레반 습격으로 머리에 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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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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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수술로 생명은 건져… 탈레반 “살아나면 또 살해”

이슬람 무장테러단체 탈레반에 맞서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해온 14세 파키스탄 소녀(사진)가 9일 하굣길에 탈레반의 습격을 받았다. 머리에 총탄을 맞아 중태에 빠졌던 소녀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대낮에 10대 소녀를 무참히 공격한 탈레반의 잔혹함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10대 아동권리 운동가로 유명한 마랄라 유사프자이는 이날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 계곡의 밍고라에서 학교수업을 마치고 스쿨버스를 타던 도중 마스크를 쓴 괴한 2명의 총격을 받았다. 친구 2명도 총상을 입었다.

총알이 두개골을 뚫고 나와 어깨까지 다친 유사프자이는 헬리콥터로 인근 페샤와르 지역의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10일 오전 응급수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성공적으로 총알을 제거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곧바로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에사눌라 에산은 유사프자이가 외설적인 서구문화를 동경하고 탈레반에 저항했다고 비난하면서 “그가 살아난다면 또 살해할 것이다. 우리에게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공격받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유사프자이는 11세이던 2009년 BBC방송 블로그에 ‘굴 마카이’라는 필명으로 탈레반 치하의 삶을 폭로하는 일기를 쓰면서 유명해졌다. 2007년 그가 살던 스와트 계곡을 장악한 탈레반은 샤리아법(이슬람율법)을 적용해 여학교를 모두 폐쇄하며 여권을 탄압했다. 2009년 파키스탄 군부의 소탕작전으로 탈레반이 쫓겨나자 유사프자이는 블로그에서 이슬람 여성의 교육권을 주장하며 탈레반의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BBC에 직접 출연해 눈물을 흘리며 탈레반 치하의 공포를 털어놓는 모습은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지 음악을 듣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침대 밑에 책을 숨기고 공부했다. 그들에게 발각돼 참수 당할까 봐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용기를 인정받은 유사프자이는 지난해 파키스탄 정부가 주는 평화상을 받았고 국제어린이평화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이슬람 과격분자에 맞서 싸우는 파키스탄의 의지와 여성 교육권 지지 방침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탈레반의 공격이 야만적이고 비겁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탈레반 소녀#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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