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집사’ 집 뒤졌더니… 금덩이-거액수표가 우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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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문서 유출 혐의 재판… 바티칸 고위층 연루 부인

이른바 ‘바티리크스 스캔들’로 불리는 로마 교황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의 범인으로 올해 5월에 체포돼 재판을 받아온 파올로 가브리엘레 씨(46)의 집에서 엄청난 양의 비밀문서와 금덩이, 수표 등이 발견됐다. 그는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전 집사다.

2일 로마 바티칸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경찰은 “가브리엘레 씨의 집에서 교황과 교황청에 대한 비밀문서 원본과 사본 1000여 건, 교황 앞으로 작성된 10만 유로(약 1억4400만 원)짜리 수표가 발견됐다”며 “작은 금덩어리들과 희귀한 고문서들도 함께 발견됐다”고 증언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문서들은 그가 이탈리아 언론에 유출한 문서보다 훨씬 많았고 베네딕토 16세의 서명이 들어간 서류에서부터 ‘파기 대상’이라는 도장이 찍힌 극비문서, 추기경과 정치인들 간의 사적인 편지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브리엘레 씨는 “수표는 교황의 집무실에서 문서들을 빼내올 때 실수로 가져온 것이며 금덩이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교황의 집사이자 최측근으로 일했던 그는 “2010년부터 교황청 비밀문서를 가져와 사진으로 찍었다”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문서 복사와 유출은 혼자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서 유출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이뤄진 데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집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바티칸 고위층이 연루된 게 분명하다는 일각의 배후설을 부인한 것이다. 그동안 교황청 주변에서는 가브리엘레 씨는 하수인에 불과하며 교황청을 장악한 바티칸 서열 2위이자 국무원장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 세력과 반대파 간의 엄청난 권력암투가 사건의 본질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수십 년래 최악의 교황청 스캔들로 불리는 바티리크스 사건은 올 1월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누치 기자가 교황 반대파의 교황 암살 음모설, 추기경들의 사업체 선정 부정행위, 바티칸 은행의 돈세탁 비리에 관련된 추문 등을 기사로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5월 ‘교황 성하 베네딕토 16세의 비밀 서한’이라는 책에서 더 많은 바티칸의 비밀을 폭로했고 이후 교황의 개인 집사 가브리엘레 씨가 체포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교황청은 6일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가브리엘레 씨가 최대 4년의 징역까지 가능한 유죄 판결을 받아도 교황이 사면할 것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재판이 열리는 법정은 TV 카메라는 물론이고 녹음기 반입도 불가능하고 교황청의 허락을 받은 기자 8명만이 취재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교황의 집사#바티리크스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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