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나타난 시진핑… 정말 아무 일 없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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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中 공개석상 등장… 부상-실각설 등 억측 재워
모습 감춘 이유 밝히지 않아… 차기승계 관련 의혹은 남아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4일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 부주석의 신변과 관련한 각종 소문도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시 부주석이 15일 베이징(北京) 중국농업대에서 열린 과학대중화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시 부주석이 공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건 1일 중앙당교 개교식 이후 2주 만이다.

이날 시 부주석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점퍼 차림의 건강한 모습으로 한 시간가량 행사장을 둘러봤다. 밝은 표정으로 가끔 미소를 지었으며 걷는 모습도 공개됐다. 시 부주석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환영했고 그는 두 차례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시 부주석은 유제품 멜라민 검사 시연장을 찾아 “식품 안전은 (인민)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불량 식품 관련) 감독과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시 부주석은 21∼25일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엑스포의 개막식 등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중국 외교부는 16일 밝혔다.

시 부주석은 5일 방중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갑자기 취소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각국의 일부 언론은 부상설, 교통사고설, 수술설, 실각설 등 갖은 억측을 쏟아냈다.

시 부주석이 건재를 과시하면서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최 등 권력 이양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시 공개 활동 부재’ 이유에 대해 중국 정부가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그에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올가을로 예정된 당 대회 일정이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은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의 ‘지하 본능’과 한계를 재차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전직 외교관이자 호주국립대의 중국 전문가인 리처드 릭비 교수는 “공산당은 민족주의나 사회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대중의 의견에 과거보다 더 귀를 열고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리더십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여전히 혁명기의 지하정당으로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원저우(溫州) 고속철 참사 등에서 보듯 공산당은 인터넷을 통해 분출하는 대중 여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올해 초 보시라이(薄熙來) 사태나 이번 시 부주석 실종 등에서는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해 의혹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미국 하버드대 앤서니 사이치 교수는 “정부가 인터넷 여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새 지도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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