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동영상 제작자 “후회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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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출신 콥트교도 나쿨라… 처음엔 “이스라엘 출신” 속여

전 세계 이슬람권 반미시위를 불러일으킨 동영상 ‘무지한 무슬림’을 만든 장본인은 두 명의 이집트 출신 콥트교도 미국인으로 밝혀졌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자생한 기독교다.

1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캘리포니아 주 두아르테 시에 있는 기독교 자선단체 ‘미디어 포 크라이스트’의 대표 조지프 나스랄라 압델마시와 사기 절도로 21개월 징역형을 마치고 올해 여름 출소한 나쿨라 바슬리 나쿨라가 제작 주동자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콥트교 신도를 내세워 “자신은 이 영상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뒤 한때 잠적했던 나쿨라는 14일 아랍어 라디오방송 ‘사와’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의 미 영사관 테러는 슬픈 일이지만 영화를 만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제작자임을 시인했다.

그는 11일 테러 발생 직후에는 일부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하고 “나는 이스라엘 출신 유대계 부동산 개발업자인 제작자 샘 버실”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슬람권 시위가 격화되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주 사법당국에 보호를 요청하며 사실을 밝힌 것이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나쿨라는 연방교도소 복역 중 시나리오를 썼다. 촬영은 주로 캘리포니아 주 세리토스 시내 그의 집에서 이뤄졌다. 동영상 몇몇 장면 배경에서 그의 집 현관문과 실내 샹들리에를 볼 수 있다.

압델마시가 2005년 조직한 미디어 포 크라이스트는 2011년 8월 발부된 촬영 허가서에 명시된 영화 제작 주체다. 12일 이 단체 관계자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단체와 압델마시는 ‘무지한 무슬림’과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두아르테 시 당국에 의해 촬영 허가서 기록이 확인됐다. 2010년 뉴욕에서 열린 미디어 포 크라이스트 행사에서 압델마시는 “미국의 이슬람화를 멈춰야 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뉴욕 뉴저지 보스턴 등에 근거를 둔 콥트교 공동체는 13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콥트교에 돌리는 것은 이슬람 테러조직의 행위를 모든 이슬람교도에게 돌리는 것과 같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콥트교 관계자는 “나쿨라는 몇 달에 한 번 정도 드문드문 행사에 얼굴을 내민 비열성 신도였다”고 말했다.

이집트 인구의 90%인 이슬람교도와의 갈등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콥트교 이민자는 30만 명에 이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사건 발생 초기 미 국무부가 로스앤젤레스 주정부 측에 ‘제작자 신상자료가 담긴 필름 원본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걷잡을 수 없는 폭력사태가 미국 내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슬람#반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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