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EU, 연방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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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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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호주 집행위원장 깜짝 주장… 유럽통합 찬반 논란 거세질듯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이 12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EU가 ‘유럽연방(Federation of nation states)’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EU 조약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며 2014년 유럽의회 선거 전에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두교서에서 “EU는 하나의 외교 국방정책을 가진 정치동맹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재정위기로 회원국 간의 긴밀한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정치적 통합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국가연방으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고 가야 할 정치적 지평”이라고 강조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EU를 정치동맹으로 도약시키려면 기존 조약들을 철폐하고 새 조약을 체결해야 하며 국가들이 서로의 주권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모든 친유럽 세력을 움직여야 한다. 이에 부정적인 인기영합주의자와 국수주의자에게 자리를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제안은 ‘단일통화 유로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EU가 장기적인 정치동맹으로 나가야 한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견해와 상통하는 것이다.

바호주 위원장의 대담한 연방제 제안은 EU 통합 논의를 한 차원 도약시킬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정치적 논란과 분열을 확대할 위험성도 있다고 영국 언론은 내다봤다. 2년 넘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에서는 네덜란드 핀란드 독일 등 재정 상태가 양호한 국가를 중심으로 유로존 재편이나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호주 위원장이 EU 조약 개정을 위한 일정을 밝힘에 따라 이미 EU의 신(新)재정협약을 거부하고 EU 탈퇴 문제까지 공론화되고 있는 영국에서는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텔레그래프가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영국이 정치동맹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EU에 남을 것인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안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집권 보수당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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