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에 ‘동양인 비하’…재미교포, 후터스 상대 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2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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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재미교포 커플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 후터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한국에서 이민 온 차기석 씨(25)와 그의 여자 친구(27)가 후터스를 상대로 15만 달러(약 1억6890만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차 씨 커플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음식을 주문한 뒤 받은 영수증 때문. 이들은 영수증에 'chinx'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며, 인종차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chinx'는 서양권에서 동양인의 찢어진 눈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소장에 따르면 차 씨 커플은 7월 초 뉴욕 시 퀸즈 프레시메도스에 위치한 후터스 매장을 찾았다.

버팔로 쉬림프와 치킨윙을 주문한 차 씨 커플은 종업원들이 컴퓨터 앞에 서서 낄낄거리며 자신들을 쳐다보는 걸 느꼈고, 건네받은 영수증의 고객이름 란에 'chinx'라고 적힌 것을 확인했다.

차 씨는 "너무 기분이 나빴으며 여자친구도 충격을 받았다. 영수증을 보는 순간 입맛이 싹 사라져서 주문한 음식을 집에 가져가서 그대로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굴욕감마저 느꼈다.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미국시민이 된 것이 아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2000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차 씨는 현재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

이후 정신적 고통에 계속 시달렸다는 차 씨는 10일 오후 미국 후터스 본사와 프레시메도스 지점, 그리고 자신들을 보고 웃었던 직원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후터스 측은 급히 진상 조사에 나섰다.

후터스의 인사담당 니콜 콘보이 씨는 "해당 직원은 17세 여성으로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인정한 뒤 바로 그만 뒀다"며 "우리는 이번 일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터스의 법률대리인 에드워드 맥커비 씨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본사의 영업방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아주기 바란다"면서 사과했다.

한편 1983년 미국에서 처음 문을 연 후터스는 몸에 착 달라붙는 흰색 탱크톱에 주황색 핫팬츠 차림의 여종업원들을 내세워 열풍을 일으켰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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