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와중에도… IT 전공자는 ‘상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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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 “학교 그만두고 회사 오라”
대학 1,2년생에까지 구애

미국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맥스웰 호킨스 씨는 최근 인터넷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로부터 취직 제의를 받았다. 앞으로 2년 동안 10만 달러(약 1억1800만 원)의 급여를 줄 테니 페이팔이 추진하는 새 사업의 창립멤버로 합류하라는 제의였다. 이 업체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잘나가는 벤처업체 중 한 곳이다. 극심한 취업난 와중에 거액의 취직 제의를 받은 호킨스 씨는 학교를 중퇴하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갈지 고민 중이다.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전공 대학생들에게 실리콘밸리 기업들로부터 취업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페이스북 상장과 소셜미디어 열기에 힘입어 제2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그동안 취업시장에서 냉대받던 이공계 컴퓨터 분야가 취업난의 무풍지대가 된 것.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IT 전공 졸업생이나 졸업 예정자뿐만 아니라 대학 1, 2학년생에게도 전화나 e메일을 보내 “학교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오라”는 제의를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평범한 대학생들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보수 조건을 제시한다. 상위권 대학 IT 전공 학생들은 7만5000∼10만 달러(약 8800만∼1억1800만 원)의 초봉을 제안 받는다. 여기에 최고 1만5000달러의 취업 보너스와 스톡옵션 기회도 제공한다.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은 리무진에 태워 최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고 스마트폰과 현금 500달러 등을 선물로 주면서 물량공세로 유혹한다.

구글은 대학생 채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다. 아예 400여 명의 ‘학생 대사’를 고용해 IT 전공자들에게 구글에 대해 홍보하고 취업을 설득하는 임무를 맡기고 있다. 아마존은 정식 채용이 아니라도 일단 인턴으로 일해보라며 월 5300달러(약 620만 원)의 보수와 3000달러의 집세를 제공해주고 있다. 일부 실리콘밸리 기업은 IT에 소질 있는 고등학생에게까지 취업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적성에 안 맞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며 취업을 설득하고 있지만 일단 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면 다시 캠퍼스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주변에서는 대학 졸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학생들은 눈앞의 매력적인 제의를 거부하기 힘들고 졸업 후까지 취업 제의가 기다려준다는 보장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청년실업#취업난#IT#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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