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식량 지원 끊자” 中 반북감정 격해져… 北식당 보이콧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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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들이 북한에 끌려갔다가 풀려난 사건을 계기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반북 여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인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자며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나닷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일체의 북한 기구와 협력하지 말자. 장사도 하지 말자. 북한 식당을 배척하자"는 한누리꾼의 제안이 전파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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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詹强'이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북한 식당은 모두 정부가 외화를 벌기 위해 운영되는 곳이므로 배척해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실수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 손님이 북한 식당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이 소개되면서 중국 누리꾼들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김정은을 입에 올릴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누리꾼은 "지난주 북한 식당에서 한 손님이 얘기하다가 김정은을 직접 거론했는데 종업원들이 몰려와 에워싸고 위대한 김정은 동지에 대한 존칭과 사과를 요구했다"며 "손님이 공안에 신고를 하고 외교 당국에 보고된 뒤에야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최근 북한에서 돌아온 어민들이 억류 기간 북한 군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다고 증언한 보도가 나오자 북한에 대한 반감을 가감없이 쏟아내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경제적 원조를 포함해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는 북한이 자국 어민을 나포했다는 사실에 격분하면서 심지어 북한에 대한 일체의 인도주의적 도움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평양해방'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바이두 게시판에서"만약 (북한이) 다시 사달을 낸다면 양식 지원을 끊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 '鎭山'도 시나닷컴 웨이보에서 "북한은 실제로 우리나라에 제공하는 것이 없으므로 북한 물건에 대한 보이콧보다는 중국의 무상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중국 인터넷에서 이처럼 노골적이고 강경한 반북 여론이 형성된 것은 북한이 중국 등 국제 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한 2009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인들의 비난 화살은 '조용한 외교 방침'을 고수한 정부도 향하고 있다.

어민들이 열흘 이상 정체불명의 세력에 나포돼 있는 동안 북한에 제대로 된 공식 항의 한 번 하지 못한 것은 굴욕적 처사라는 게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특히 어선 억류 기간 북한의 한 농장을 방문, 지원 물품을 전하고 몸소 이앙기까지 몬 류훙차이 북한 주재 중국 대사는 누리꾼들로부터 "한가로운 쇼를 벌였다"며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성난 여론 동향을 의식한 듯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어선 억류 사건이 북중우호 관계에 기반해 원만하게 해결됐다면서도 북한에 향후 따질 것은 따질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분위기다.

어선 억류 사건 이후 줄곧 정면 대응을 자제하던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어민 사건을 고도로 중시하고 평양, 베이징에서 북한과 밀접한 소통을 해 왔다"며 "중국 어업 주관 부문이 현재 자세한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외신도 전날 1면에서 어민들의 귀환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과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양국 사이의 소통이 원활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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