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아픈 사무실 소음… 인공음향 이용해 탈출

  • 동아일보

‘사운드 마스킹’ 美서 인기… 주변 소음 덜 느끼게 해줘

미국 뉴욕의 한 소규모 사무실에 근무하는 라즈 우데시 씨는 일할 때 헤드폰을 착용한다. 소음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다. 개인별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는 “헤드폰은 새로운 칸막이”라고 말한다.

단독 사무실을 갖지 못한 지구촌의 대다수 화이트칼라들에게 사무실 소음은 매일매일 숙명처럼 맞서야 하는 골칫거리다. 전화 한 통화 마음 놓고 할 수 없으며, 옆 사람의 말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게다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최근 들어 언론사,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개방형 사무실이 확대되고 있다. 직원 간 대화와 협력을 늘리려는 본래 의도와 달리 의미 없는 일상적 대화만 증가했다는 불만이 높아간다.

사무실 소음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대책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요즘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게 ‘사운드 마스킹’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사운드 마스킹은 일정한 주파수 대역에서 일정한 음압을 내는 소리를 발생시켜 주변 소음을 덜 인식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사람들이 소리를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로 인공음향의 주파수와 음압을 조절해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너무 조용한 곳에서는 인공음향을 흘려줌으로써 서로가 타인의 소리를 덜 의식하게 해준다. 반대로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인공음향으로 타인의 소음이 덜 거슬리게 해준다. 사운드 마스킹 음향장치를 사무실에 설치하면 자신의 대화를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부담이 줄어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타인의 대화에도 덜 신경 쓰게 된다.

미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데스크는 3년 전 개방형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사무실 소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직원들 몰래 사운드 마스킹 음향기기를 설치했다. 환풍기 소리와 크게 구별하기 어려워 이를 눈치 챈 직원은 없었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음향기기 작동을 중지시키자 직원들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는 불평하기 시작했다. 찰스 레히트슈타이너 오토데스크 시설매니저는 “시스템이 작동할 때는 사람들이 6m 거리 내에서 말하는 것만 인식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시스템이 멈추자 18m 거리의 대화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며 “흐르는 물소리 수준의 적당한 배경 소음이 있을 때 사람들이 만족스러워하고 집중도가 필요한 업무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사운드 마스킹은 한국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사운드 마스킹 업체인 ‘몽태랑’의 박굳건 실장은 “한국에서도 도서관이나 콜센터 등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 사운드 마스킹 ::

일정한 주파수에서 일정한 음압을 내는 인공음향을 발생시켜 주변 소음을 덜 인식하게 만드는 소음제어기술. 방음이 소음 자체를 차단시키는 것과 달리 인공음향을 이용해 소음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사운드 마스킹#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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